사회철학 분야에서 20세기 불후의 명저로 꼽히는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의 저자 존 롤스 하버드대 교수가 24일 미 매사추세츠주 렉싱턴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하버드대가 발표했다. 향년 81세.그는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1950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 MIT를 거쳐 62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71년 출간한 '정의론'으로 현대 윤리학, 정치철학, 경제학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79년에는 단과대 구별 없이 무슨 강의든 할 수 있는 교수로 임명됐다.
완전한 평등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익과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적 원리를 제시한 '정의론'에서 롤스는 사람들이 몇 가지 원칙에 합의한다면 '정의'라고 부를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원칙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자유를 동등하게 나눠 가져야 하며(자유 우선의 원칙), 사회의 직위나 직책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고 불평등은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사람의 처지가 개선되는 데 한해 용인할 수 있다(차등의 원칙)는 것이다.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도 받아들이는 공리주의는 물론 자유지상주의나 공동체주의를 동시에 비판한 롤스의 이론은 절차와 합의의 역할을 강조하며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켜 복지주의 국가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유의 성실함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일찍이 '하버드의 성인'(Saint Harvard)이란 별명으로 불린 그의 정의론 강의는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운집하는 인기 강좌로 유명했다. 전세계 학술지에서 특정 학자나 그의 저서가 인용되는 빈도를 조사해 통계화한 '인용총람'에는 거의 해마다 롤스가 미셸 푸코,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수위에 올랐다.
기타 저서로 '정치적 자유주의'(93년)가 있으며 97년 초 중풍으로 쓰러진 뒤에도 연구를 계속해 '도덕철학사 강의'(2000년), '공정으로서의 정의:개정'(2001년) 등을 펴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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