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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헷갈리는 선관위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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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헷갈리는 선관위의 진심

입력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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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지담(柳志潭) 위원장은 "모든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유위원장은 특히 "정치를 불신해 투표 참여를 거부했거나 정치를 외면해왔던 국민들이야말로 적극 참여해 선거혁명을 이룹시다"라고 주문했다.그러나 유위원장의 이날 담화문을 접한 대학생들은 시큰둥해하고 있다. 선관위가 정작 대학생 스스로 투표권을 지키겠다며 추진한 대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에 대해 적극 지원하기는 커녕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0명 이상의 부재자 신고를 받아냈지만 거소지 표기문제로 투표소 설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서울대 등에 대해 선관위는 학생들 잘못이라며 발뺌하고 있다. 부재자투표소 설치에 필요한 요건이 선거법에 명시돼있는데도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의 불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선관위가 부재자 신고를 받을 때까지도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거소지' 요건을 문제삼았다"며 선관위를 성토하고 나섰다. 고대학생회측은 "성북구선관위가 지난 지방자치선거때는 안암동 인근의 종암동 등도 거소지로 인정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안암동만으로 기준을 강화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 유권자운동본부는 25일 "선관위는 부재자 신고인이 2,000명에 못미치더라도 부득이한 경우에는 설치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적극 해석해서라도 투표참여를 독려해야할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거소지 문제를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중앙선관위는 팔짱만 낀 채 미적거리고 있다.

'투표 안하는 무책임한 세대'라며 질타당하던 20대 대학생들이 이번에 유권자로서의 권리 찾기의 일환으로 부재자신고운동에 나선 것은 신선함 그 자체라 할 만하다. 그들의 한 표를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정작 선관위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문향란 사회1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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