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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평창 도암댐 "죽음의 댐"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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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평창 도암댐 "죽음의 댐"으로 전락

입력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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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강원 강릉시에서 자동차로 대관령 고갯길을 오른지 40여분. 해발 750m 대관령 횡계마을을 지나 수하리에 접어들자 동강 상류인 송천을 따라 깎아지른 수하계곡의 절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10㎞의 협곡 끝엔 송천 물길을 가로막은 채 폭 300m의 도암댐이 버티고 있었다."더러운 물 때문에 1년 반 가까이 발전 방류도 못한데다 최근에는 아예 물 하나 안 내보내고 가둬두고 있죠." 댐 관리인은 행여 썩은 물의 사진이라도 찍을까봐 낯선 방문객을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누런 황톳물로 가득한 도암호 주변은 각종 이물질이 한데 엉켜 초콜릿 색깔마저 띄었다. 동행한 정의봉(鄭義峯) 강릉시의회 전문위원은 "이 물 때문에 강릉 시내를 흐르는 남대천에다, 동해안 연안 어장까지 피해를 봤다"며 "이젠 동강까지 더럽히는 주범으로 전락한 죽음의 댐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보름째 물만 가둬 둬

동해안 최초의 수력발전소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총 저수량 5만1,000톤 규모로 90년 완공된 도암댐. 오대산에서 발원, 정선군의 조양강을 거쳐 동강으로 이어지는 송천 물길을 터널을 뚫어 강릉 남대천∼동해로 이어지게 만든 유역변경식 댐이지만 지난해 3월부터 강릉쪽의 발전방류를 중단해버렸다. 도암댐 건설이후 강릉 남대천이 오염되기 시작, 한때 4급수까지 전락해 94년께는 강릉 식수원인 홍제취수장이 아예 폐쇄됐고, 전복 멍게 등이 자라는 동해안 연안 어장까지 피해를 입었기 때문.

강릉시민들의 반발로 남대천쪽으로 발전 방류를 못하게 됐지만 피해는 다시 원래 물길인 정선군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올 8월 루사 태풍으로 물이 가득차 두달여 동안 조양강 쪽으로 물을 대거 방류하자 조양강 수질이 9월 한때 4급수까지 전락한 것. 정선 주민인 김응기(金應起)씨는 "악취 나는 누런 물이 계속 내려오면서 그 맑던 조양강을 완전히 다 망쳐놨다"며 "생태계 보전구역으로 지정된 동강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선 주민의 반발로 물길을 아예 다 막은지 이제 보름째. 아직 댐 높이 20여m의 여유가 있지만 차오르는 물을 계속 가둬둘 수만은 없는 법. 최근 열린 도암댐 철거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시민대표들과 함께 삭발까지 한 김홍규(金洪奎) 강릉시의회 부의장은 "온갖 독성물질이 나오는 도암댐의 썩은 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도암댐을 이제라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썩어가는 죽음의 호수

도암댐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등급 수준이나 부영양화의 원인인 질소와 인의 농도가 최악의 상태. 최근 원주지방환경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T-N(총 질소)가 5급수보다 2배가 높은 '등급외'로 나타났고, 다이옥신, 아나베나,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물질 검출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두메산골 대관령 물길이 이토록 썩어버린 까닭은 인근에 위치한 용평리조트만 떠올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도암댐으로 가는 길 옆으로 보기 좋게 단장돼 있는 골프장들이 배출하는 '농약폐수'가 원인 중 하나. 게다가 송천 상류쪽의 대규모 목장에서 나오는 축산 폐수, 인근 고랭지 채소 단지의 각종 농약 등도 도암호로 집결되고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대규모 리조트 지역에 축산단지까지 대거 들어섰지만 그동안 오폐수 처리장 하나 없다가 최근에야 하수처리장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뒤늦은 땜질식 처방으로 이미 썩을 대로 썩은 환경이 개선되겠느냐"고 따져물었다.

■'방류수가 더 썩은 물'

도암호로 흘러들어오는 물도 문제지만 이미 썩어 고여버린 물이 더 큰 화근. 지난달 정선군 조사에 따르면 도암호 물이 썩어 있어 같은 4급수지만 유입수보다 방류수가 더 악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군청의 이종영 환경보호과장은 "최근에는 방류까지 제대로 못해 썩은 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댐을 해체한다 해도 몇 년간 고인 물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골치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金惠貞) 활동처장은 "퇴적물 방류구를 통해 95년 퇴적된 물을 정선쪽으로 방류시킨 적이 있었는데, 당시 양어장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해 한전이 76억원을 정선군에 배상했었다"며 "이 사건만으로도 고인 물의 수질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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