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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사상 "대중화시대의 문학"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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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학사상 "대중화시대의 문학" 좌담

입력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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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전반이 경량화했다고나 할까요. 무게와 깊이를 지닌 작품보다는 발랄한 상상력을 높이 쳐주는 문화 전반의 분위기 탓이 큽니다."'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대중화 시대, 문학은 어떻게 몸을 바꿔가고 있을까. 월간 '문학사상' 12월호에 실린 좌담에서는 최근 문학계의 특징적인 흐름으로 문학의 대중화 현상이 짚어졌다. '시의 대중화 시대의 그늘과 대중소설의 활성화 주목'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좌담회에는 김성곤(53) 서울대 교수와 시인 이승하(40) 중앙대 교수, 최혜실(40)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등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경향은 대중적인 시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 최근 집계된 베스트셀러 시집 중 류시화 이정하씨 등의 시집이 각각 두 권씩 10위 안에 들었다. 아나운서 정지영씨가 엮은 '마음이 예뻐지는 시' 등 사랑과 연애에 관한 시를 모은 편집 시집 세 권도 순위에 올랐다. 판매부수 100만부를 넘나드는 이들 시집은 대개 쉽고 짧은, 유행어와 같은 감각적인 표현을 즐겨 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최혜실씨는 "시를 감상하려는 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전문 시인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관심이 감상을 가볍게 자극하는 시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하씨는 "우리말에 대한 주체적 인식이 결여되고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연애시가 많이 쓰여지고 있다. 정통문학권의 시인들도 요즘 들어 전략적으로 그런 시를 쓰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리 시단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단의 스타메이커 시스템도 대중화 시대의 한 특징으로 제기됐다. 김성곤씨는 "정해진 작가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서 "아무개다, 그러면 무조건 사고 보는 한국 사람들의 '명품 의식'이 옷뿐만 아니라 문학으로도 옮겨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더욱이 안심할 수 있는 스타 작가에게만 계속 투자를 하는 출판계의 관행과, TV 책 소개 프로그램의 대중적 인기몰이 등이 스타 작가의 고착화 현상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문단의 새로운 특징으로 문예의 프로슈머(prosumer·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의 합성어) 현상도 부각됐다. 인터넷을 통해 소통 과정이 활발해지면서 독자가 직접 문학작품을 생산해 만족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단에서는 정식 등단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나도 시인'이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승하씨는 "시를 쓰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지만 두터운 고급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시집이 안 읽히고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쉽게 읽히는 것,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최근 독자의 경향"이라면서 "뭔가 생각을 하고 깊이가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문화의 기류 때문"이라며 한국 문화의 가벼움을 우려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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