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충청권과 함께 최대 승부처로 떠 오른 부산·경남 지역에서 치열한 득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이 후보는 반 DJ 정서를 최대한 자극해 노 후보의 교두보 마련 움직임을 저지해야 하고, 노 후보는 지역 연고를 부각해 득표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리 전략을 다듬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단일화 이후 부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상승세가 두드러지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회창 후보 지지 기반인 영남권의 최대 도시 부산에서 노 후보에게 계속 표를 잠식당할 경우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특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노 후보에 대한 호남 표 쏠림을 감안할 때 부산에서 지금처럼 6대4 정도의 우위로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8일 오전 당직자들을 대거 대동하고 부산을 방문해 1박을 하며 시민, 대학생 등과 접촉, 노풍(盧風) 재점화 차단에 나선다. 또 투표일 직전까지 부산을 수시로 찾기로 하고, 17개 지구당 위원장들을 현지에 상주시켜 각각의 득표 목표를 달성하도록 했다. 부산 득표 전략의 축은 역시 DJ와 노 후보를 한데 묶어 반(反) DJ 정서를 극대화하는 게 될 전망이다. 경남 양산 출신인 박태준(朴泰俊) 전총리는 이날 낮 여의도 63빌딩에서 정·재계 지인들 모임인 '청암회' 오찬 회동을 열어 이 후보 지지를 공개 표명하는 등 측면지원에 나섰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지역으로 보고 있다. 노 후보는 24일 사석에서 "부산·경남에서의 지지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고 그 사람들이 일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최초 유세지를 부산으로 잡은 것도 상징성이 있다. 노 후보측은 이미 선대위 정치개혁추진본부를 부산으로 옮겨 놓고 세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도동 민주계 중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에 이어 이기택(李基澤) 전 민주당총재도 노 후보를 돕기로 했다는 것이 노 후보측 주장. 부산·경남 지역 선대위원장단은 최근 'DJ와의 차별화'를 보다 확실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차별화 정책에 신중을 기하면서도 '반(反) DJ 정서'가 강한 이 지역에서는 지역여론의 흐름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양동 전략이다. 노 후보는 경남 지역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 도시에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 바닥표 훑기에 나설 계획이다. 노 후보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지난번 노풍을 능가하는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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