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일까, 선견지명일까.'내년 종합주가지수 1,000돌파를 외치는 국내외 증권사들의 투자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주가가 지수 700조차 버거워 비틀거리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증권 전문가들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내년 주가 저점과 고점의 예상치가 낮게는 520에서 높게는 1,139포인트까지 크게 벌어지는데다 '대세상승으로의 전환'이냐, '반짝 상승 후 박스권'이냐를 놓고도 전망이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은 이제라도 주식을 사야 할지, 아니면 가진 주식이라도 털어버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연중 최고점 1,100대
지금까지 내년 전망을 내놓은 국내외 증권사 가운데 주가지수를 가장 높게 보는 곳은 대우증권과 최근 국내 진출한 BNP파리바페레그린이다. 대우증권은 26일 내놓은 '대세상승의 전환기:2003년'이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종합주가지수가 1,03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사상 최고치인 1,139포인트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 증시의 사상 최고점은 1994년 11월 8일 기록한 1,138.75포인트이며 올해 최고점은 4월 18일 종가인 937.61였다.
올해 주가 1,000돌파를 외쳐 낭패를 당했던 삼성증권은 내년 고점 960, 저점 650을 예상하고 평균지수대는 올해 764보다 18% 상승한 820선으로 잡았다. 대신증권도 평균지수대를 860정도로 잡아 대부분의 증권사가 1,000포인트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800∼900대를 안정권으로 잡았다.
또 내년 초나 1분기쯤 주가가 다시 내리막을 걸어 저점을 한번 더 확인할 것이라는 '면피용 지수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증시를 여전히 안 좋게 보는 LG투자증권만 종합주가지수가 520∼770포인트 사이에서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대세상승을 예측하는 증권사들은 대부분 정보기술(IT)을 포함한 세계 경기와 국내 경기가 늦어도 내년 2분기부터는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깔고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 주가와 한국 증시가 다른 국가보다 저평가 돼있어 가격메리트가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반면 내년 경기와 증시를 다소 조심스럽게 보는 증권사들은 부동산 가격상승과 가계 대출 급증으로 시작된 악순환이 자산디플레이션(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고, 달러약세와 미국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수출을 통한 기업수익도 변변치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증권사의 올해 주가 전망 엉터리
그렇다면 지난해 이맘때쯤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주가 전망은 어땠을까. 과거를 들춰보면 대부분 증권사들이 고개를 들지 못한다. 교보증권은 올해 고점을 1,021∼1,148로 예상했고 굿모닝신한증권은 1,064포인트, 대한투자신탁증권은 1,440을 예상했다. 그나마 한국투자신탁증권(630∼900), LG투자증권(880∼950)정도가 올해 주가 수준에 근접했을 뿐이다.
■지수예측보다 경기를 봐야
11월말과 12월초 쏟아지는 내년 경제전망 및 증시전망은 증권사들이 점쟁이처럼 찍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센터에 소속된 애널리스트(기업분석)와 스트레티지스트(투자전략)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종 지표와 경기 예측 모델을 적용해 산출하고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어서 투자에 많은 참고가 된다. 하지만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증권사의 속성상 새해에 대한 기대가 섞여 있기 마련이고, 경기를 보는 관점과 지표를 보는 잣대에 따라 전망은 판이하게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단순히 지수 예상치보다는 그러한 예측이 나오게 되는 논리적 근거를 꼼꼼히 따져보고 국내외 경기흐름을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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