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4월2일 군부대에서 사망한 허원근(許元根) 일병 사건을 놓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와 국방부 특별조사단(단장 정수성·鄭壽聖 중장)이 막바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의문사위와 국방부 특조단은 각각 타살과 자살을 내세우고 있어 '허원근 사건'이 두 국가기관 간의 힘겨루기 속에 자칫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이달 말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국방부 특조단이 25일 주최한 허 일병 사망사건 법의학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법의학자들은 허 일병이 자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특조단은 지난달 말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25일 법의학자들의 논리적 뒷받침을 등에 업고 27일 현장검증을 거쳐 조만간 '허 일병이 자살했다'는 내용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의문사위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 일병 신체에 생긴 3발의 총상 위치와 중대본부에서 부사관의 총격을 목격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을 근거로 '피살사건'으로 결론지었던 의문사위는 군이 다시 한번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문사위와 특조단은 같은 증언자를 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서로 다른 진술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의문사위는 허 일병과 같은 중대에 근무했던 전모 당시 상병의 증언을 토대로 사고 당일 회식 후 허 일병을 쏜 인물로 노모 중사를 지목했다. 이에 비해 국방부는 조사결과 중간 발표 때 전모 상병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중대원들은 총격 장면을 보지 못했고 전상병의 말이 일관성이 없어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는 국방부가 참고인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가해 진술 번복을 무리하게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의학적 공방도 치열하다. 특조단은 "M16 3발로 머리와 가슴을 쏘면서 자살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사위의 공세에 대해 "드물지만 법의학적으로 분석해보니 가능하다"고 맞섰다.
의문사위 황인성(黃寅成) 사무국장은 "일단 특조단의 최종 발표를 지켜본 뒤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특조단 관계자는 "실제 총기발사 실험 등 현장검증을 통해 허 일병의 자살을 최종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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