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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vs 盧] (1) 상대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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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vs 盧] (1) 상대 어떻게 보나

입력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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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구도로 재편된 제16대 대선이 27일 후보등록과 함께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정책과 이념, 정치적 기반이 상이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집중 비교·검증하는 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 盧가 본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정책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냉전적 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 후보는 후보단일화 논의가 한창일 때 "남북관계에 우리의 운명과 미래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대결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이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찬성,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친(親) 기업 성향 정책이 모두 이 후보의 기득권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보수적 계층에 호소력을 갖는 이 후보의 안정적 이미지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느낀다. 노 후보가 최근 자신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소리에 대해 "왜 그렇게 보인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후보와의 안정감 비교에 따른 곤혹스러움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노 후보는 또 거대 다수당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이 후보의 리더십을 강점으로 꼽으면서도 거꾸로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자신을 달랜다. 선거운동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의원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최근까지 당내 갈등에 시달려 온 노 후보로서는 부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이를 노 후보는 "이 후보가 당에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과거의 1인 지배 방식의 정당 운영, 조직·금권 선거, 지역분열 조장 등을 답습하고 있다"고 당 장악력 자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노 후보가 최근 "이 후보는 3김식 낡은 정치의 계승자"란 표현을 자주 쓰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 후보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등을 역임한 이 후보의 화려한 경력이 대통령직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런 경력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모금 사건, 안기부 자금 총선 전용 사건 등의 연루 의혹을 들어 이 후보를 '부패한 인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 李가 본 노무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해 일단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하니 현상유지 세력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25일 대선 구도에 언급, "급하고 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경험과 경륜이 있는 세력간의 대결"이라며 '노 후보=급진세력'으로 평가했다. 앞서 17일 노·정 단일화를 비난하며 "한 사람은 파업을 선동하고 한 사람은 구사대를 파견한 사람인데 무슨 합의냐"고 밝혀 노 후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후보측은 "재벌해체 등 과거의 급진적 발언과 말 바꾸기, 위기관리 능력 부족 등은 노 후보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주장했다. 한 측근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노 후보가 포용성을 보이긴 했지만 노 후보는 자신과 다른 이념이나 생각을 가진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적대주의적 사고를 가진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직접 노 후보를 칭찬한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후보에게 배울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있을 텐데 생각이 안 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후보 주변에서는 3당 통합을 거부한 뒤 노 후보가 걸어 온 아웃사이더로서의 행보가 어찌 보면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한 측근은 "노 후보의 원칙론은 지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의 근원이지만 열광적 지지층 형성의 원동력일 수 있다"며 "자수성가한 성장 과정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끄는 힘"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의 또 다른 측근은 "노 후보는 아버지와 같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맏형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독특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봄 장인의 좌익활동이 논란이 되자 '얼굴도 보지 못한 장인 때문에 마누라를 버려야 하느냐'는 식으로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등 특유의 임기응변력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영남 출신으로 호남 지지를 받는 데 대한 평가도 없지 않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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