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무기 사찰을 수행할 사찰단 본진이 25일 바그다드에 도착, 27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1998년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철수 이후 4년 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사찰은 미국 주도의 대 이라크전 개전 여부에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사찰 어떻게 진행되나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속 요원으로 구성된 유엔 무기사찰단 본진 1진 18명은 25일 사찰 후방 기지인 키프로스를 떠나 C-130 수송기 편으로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이집트, 핀란드, 호주 등 국적으로 이뤄진 본진은 18일에 먼저 도착한 20여 명의 선발대와 함께 27일부터 이라크 전역에 산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생물·화학·핵무기 관련 시설과 대통령궁 및 주변 시설, 기타 문서와 비밀공장 등을 샅샅이 뒤질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사찰단이 이라크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초기에는 98년 철수 직전까지 조사했던 '과거의 의혹시설'부터 사찰을 시작한 뒤 점차 지난 4년 간 새로 조성되거나 개보수된 시설로 사찰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또 사찰단이 무기 개발의 직접 증거를 추적하는 정공법 사찰 대응 과정에서 나타날 이라크의 속임수와 방해행위 기록 무기 개발 정보를 지닌 과학자 인터뷰 등의 3가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바그다드에 도착한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엄청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라크의 투명하고 전폭적인 협력을 바라며 유엔 회원국들에게는 인내심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사찰 방식에 대해 "탐정처럼 관련 의혹을 파헤치되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에 붙여질 것"이라고 말해 암행사찰 방식을 예고했다. 총 300여 명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사찰단은 다음달 8일 2진 30여 명에 이어 성탄절을 전후해 100명 선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번 사찰에서는 특히 대통령궁과 그 주변 시설 조사가 민감한 장소로 지목된다. 한스 블릭스 사찰단장은 25일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이라크측이 대통령궁 사찰 수용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공장과 대통령궁이 똑같이 취급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고 말해 사찰 과정에서의 갈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측이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이라크를 압박했다.
■국제사회 움직임
서방 각국은 본격적인 사찰 재개에 즈음해 촉각을 곤두세운 채 이라크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가 틀림없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며 후세인 정권이 중대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으며, 이라크는 미-영 동맹군의 영공 침범을 비난하며 사찰을 통해 그들의 불순한 의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파리에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사찰은 중동에서 군사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라크가 사찰을 유효하게 받지 않을 경우 모든 결과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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