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22일 새벽4시40분. 드디어 링크스골프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클럽하우스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곧바로 올드코스에 갈려고 했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다.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가 있는 시내 쪽 전경을 바라보았다.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올드코스호텔, 루삭호텔, 톰모리스스토아, 왕세손 윌리엄왕자가 재학중이라는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건물들, 올드코스의 클럽하우스로 둘러싸인 올드코스의 1번홀과 18홀의 페어웨이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그레니클락이나 스윌컨개울, 그리고 로드홀의 그린을 내려와 톰모리스홀의 그린에 이르기 위해 건너야 한다던, 저 유명한 스윌컨브리지 등은, 전혀 그 위치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다.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 인근에는 정확하게 18홀의 골프코스가 네 개가 있다. 올드코스를 사이에 두고 가장 바닷가에 위치한 코스가 주빌리코스이고, 주빌리코스와 올드코스 사이에 뉴코스가 있다. 그리고 올드코스를 기준으로 뉴코스의 대칭점에 에덴코스가 있다.
눈을 들어 더 멀리 황금빛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는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고풍스럽다. 마흔 다섯 해를 사는 동안 좀처럼 보지 못하였던 모습이다. 과연 올드코스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골프의 메카에 도착한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다시 한번 더 길게 숨을 내쉬고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1989년 1월 어느 날이었다. 세계 100대 골프장을 찾아나선 내가 페블비치골프코스가 있는 몬트레이반도의 페블비치로지에 도착했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나와 그 골프장에서 예정했던 대로 라운드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염려하면서 갯내음이 물씬 나는 골프코스의 잔디를 미리 걸어 보았다. 그로부터 세 시간 뒤 마침내 페블비치골프장에서 나는 티샷을 했다.
차안에서 한 시간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자동차 한 대가 다가와 멈춰 섰다. 뚱뚱한 사람이 내렸다. 당신은 누구인데 이 시간에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투박한 스코틀랜드 억양이 날아들었다.
한국에서 왔다. 오늘부터 보름 동안 세인트앤드루스에서부터 동쪽으로 취리히까지 혼자 골프여행을 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어제 서울을 출발, 런던을 거쳐 에딘버러에서 차를 빌려 타고 한 시간 전 이곳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기 전 많은 사람들이 올드코스에서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올드코스에서 플레이할 수 있겠는가 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주빌리코스의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말했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이곳을 찾아오는 열정을 가진 당신이라면, 올드코스에서 골프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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