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고화질)TV 수신기 전문기업 디지털 스트림 테크놀로지 김주현(金周鉉·42·사진) 사장의 일정표는 대기업 총수의 그것보다 빡빡하다. 국내외 유수의 가전업체로부터 HDTV 수신모듈(내장형 셋톱박스) 공급 요청이 쇄도함에 따라 그들과 계약하랴, 부품 제조업체 선정하랴 하루를 초 단위로 쪼개 써도 빠듯할 정도다."몇 년간 10억원 내외의 '간소한' 매출만 올리며 기술개발에 전념한 결과, 올해는 60억원, 내년에는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회사의 HDTV 수신모듈은 셋톱박스를 TV 내부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언뜻 보면 단순한 제품 같지만 TV 부품간 극심한 전파 간섭을 막아내야 하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도 엄두를 못내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고급기술이다.
HD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2004년에는 400억원 이상의 매출도 거뜬할 것이라고 김 사장은 내다봤다. 2004년 7월부터 미국내 신규 판매 TV 중 50% 이상을 HDTV로 배정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도 디지털 스트림 테크놀로지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5년, 10년 후의 시장지배 기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끄떡 없습니다."
김 사장은 이미 2008년부터 HDTV를 도입하는 중국에서 HDTV 수신모듈 샘플 테스트를 마쳤고, HDTV 녹화장치의 개발도 완료했다. 해외 전시회에서 사용하려고 만들어둔 HDTV 녹화기 '트윈헤드'는 현재 국내의 모든 HDTV 판매 대리점에 보급됐으며, 내년부터는 전세계 HDTV 대리점으로 수출될 전망이다.
"걱정도 많습니다. HDTV 수신모듈의 내년 수출물량 20만대를 생산할 만한 시설을 국내에서는 찾기 힘들어요. 디지털 스트림 테크놀로지는 연구개발만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이 꿈꾸는 청사진은 미국의 루슨트 테크놀로지. 그는 기업의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남들이 범접못할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기는 벤처 본연의 길을 걷고 싶은 것이다. "벤처는 감당하지도 못할 덩치를 좇아서는 안됩니다.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면 차세대, 차차세대의 기술에 도전해 경쟁 우위를 점해야죠."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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