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2,000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슈퍼 스타들이 몸값을 제대로 못해 미국 영화제작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대표급은 코미디언 에디 머피(사진). 최신작인 코미디 액션물 '아이 스파이'(I Spy)는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봉 3주째인 17일까지 달랑 3,000만 달러를 벌며 흥행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젊은 배우 오웬 윌슨('상하이 눈')과 공연한 이 영화는 미들급 챔피언으로 나오는 머피와 2류 스파이 윌슨이 부다페스트의 무기밀매상이 훔쳐간 첨단 정찰기를 회수하기 위해 소동을 벌이는 얘기다.
우습지도 신나지도 않는 코미디 액션영화로 내용이 너무 허술하고 터무니 없는데다가 연출솜씨가 가건물 짓는듯 해 비평가들의 혹평과 함께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 집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흥행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다. 머피가 올들어 로버트 데 니로와 공연한 또 다른 코미디 액션물 '쇼타임'과 제작비가 1억 달러나 든 공상과학 코미디 액션물 '플루토 내쉬'(총수입 440만 달러)가 흥행에 참패한데 이어 '아이 스파이' 마저 저조하자 할리우드에서는 머피가 이제는 더 이상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또 다른 2,000만 달러 클럽 소속 스타들인 해리슨 포드와 니콜라스 케이지도 최근 슬럼프에 빠진 상태. 포드의 핵잠수함 스릴러 'K―19'와 케이지의 '윈드 토커' 등이 모두 흥행서 참패했다. 두 영화는 모두 제작비가 1억 달러짜리다.
브루스 윌리스도 몸값 못하는 배우. 작년에 나온 '밴디트'와 올해 나온 '하트의 전쟁'이 모두 흥행서 죽을 쑤었다. 존 트라볼타도 이 대열에 들어있다. 그는 2년 전 개봉된 볼품 없는 공상과학영화 '배틀필드'의 대참패의 후유증에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다. 이 영화에 이어 나온 '럭키 넘버' '스워드 피시' 및 '가정폭력' 등이 모두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출연료 2,000만 달러를 처음 받은 배우는 짐 캐리다. 그는 냉소적인 코미디 영화 '케이블 가이'(96)에 출연하면서 이같은 액수를 받았는데 이 영화도 역시 흥행이 예상만 못했다. 캐리의 작년 연말 대목용 영화 '마제스틱'도 역시 2,400만 달러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할리우드의 2,000만 달러짜리 스타들은 약 10명. 여자로는 줄리아 로버츠가 유일하다.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빅히트한 영화의 B급 배우가 속편 출연시 거침없이 2,000만 달러를 요구하기도 한다. '러시아워 2'에 나온 크리스 터커도 그랬다.
슈퍼 스타들의 흥행참패는 팬들이 보기를 원치 않는 역에 이들을 출연시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포드는 비행기 액션영화 '공군 1호기'는 히트한 반면 잠수함 액션영화 'K-19'은 실패했고 머피도 '닥터 두리틀'과 '너티 프로페서' 같은 가족용 코미디에 나왔을 때는 빅히트를 했다. 결국 영화사들이 슈퍼 스타들을 놓치기 싫어 허술한 줄 알면서도 영화제작을 강행했으니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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