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맞대결로 좁혀진 16대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접전을 예고한다.■정면충돌 불가피
두 후보가 형성하고 있는 전선(戰線)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첨예하다. 양측은 그만큼 뚜렷이 대비되는 입장과 지향점을 갖고 있다. 대선기간 내내 완충지대 없는 정면 충돌이 쉴새 없이 이어질 것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동의하든, 안 하든 이번 선거를 보수와 혁신의 대결로 규정할 것이다. "급진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노 후보의 역사인식과 대북관, 조세 및 교육정책 등을 끈질기게 문제 삼을 게 분명하다. 노 후보는 이념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나, 이 후보의 '보수 편향'은 꼭 짚고 넘어간다는 전략이어서 상호 노선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대결 가능성 농후
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서 한동안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에게 분산됐던 호남표가 노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이는 영남권의 이 후보 지지세 결속을 강화할 것이어서 두 달 이상 3자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다소 느슨해진 지역 대결 구도가 되살아 나리란 우려도 무성하다. 이 후보의 '부패정권 교체론'과 노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론'의 충돌도 관심거리다. 이 후보는 노 후보를 '정권연장을 기도하는 DJ 적자(嫡子)'로 규정, 반(反) DJ 정서로 노 후보의 발목을 잡겠다는 심산인 반면 노 후보는 구 민정계가 주축을 이룬 한나라당을 몰아내야 할 구 세력이라고 강공을 펼 태세다.
■네거티브 선거전
선거전은 네거티브 양상을 띨 전망이어서 이런 대결은 더욱 과열될 것이다.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는 25일 노 후보의 사생활 관련 의혹을 입에 담기 시작했고, 민주당도 이 후보의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설을 다시 들먹이고 있다. 현재로선 그 파괴력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양측의 결사적 분위기에 비추어 선거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돌발 변수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 민주당 탈당파 등 '제3세력'의 선택도 선거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변수다. 이들은 특히 정 대표가 아닌 노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는 바람에 진로 모색이 쉽지 않은 처지이다.
■제3세력 변수
지역적으로는 '점이지대'로 분류되는 충청권을 장악하는 쪽이 유리한 고지에 설 것이라는 데 양측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 노 후보와 이념 성향 등의 차이로 거리를 두고 있는 김 총재와 이 의원을 만약 이 후보가 우군으로 삼는다면 전체 판세가 기울 수도 있다.
노 후보의 출신지인 부산도 두 진영의 관심 지역이다. 노풍(盧風)의 재연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이 후보측이 선거운동 기간 최초의 유세지역을 부산으로 급히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두 후보의 대결은 정치지형 상 근소한 차이의 승부가 되겠지만 이 후보가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빨리 잠재울 수 있느냐가 선거전 중반까지의 판세를 가르는 일차 관문이 될 것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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