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승전력으로 꼽히는 원주TG의 벤치에는 특별한 사람이 앉아 있다. 제이 험프리스(40·사진)코치가 바로 주인공이다. 국내 프로농구 첫번째 용병코치 험프리스는 젊은 전창진(39)감독을 보좌하고 있다.험프리스는 다른 팀 코치에 비해 권한이 크다. 외국인선수 관리는 물론이고 경기 중에도 전술이나 작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감독의 권위가 절대적인 국내 풍토에서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 감독 역시 험프리스의 조언을 기꺼이 수용하는 편이다. 젊은 감독의 패기와 노련한 외국인 코치의 시너지효과로 TG는 25일 현재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 감독도 "수비의 대가였던 험프리스답게 지난해 허술했던 TG의 수비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만족해 한다.
험프리스의 영입과 김주성의 입단이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험프리스가 "농구를 즐기면서 하라"고 입이 닳도록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안이한 플레이마저 용납하는 것은 아니다. "수준 높은 미프로농구(NBA)무대에서 왔기 때문에 연습도 훈련도 좀 느슨하게 시킬 줄 알았다"는 가드 김승기(30)는 첫 연습 때부터 "너희들은 비싼 몸값을 받는 프로다. 자기직업을 소중히 여기라"며 강훈련을 주문하는 험프리스의 지도에 혼쭐이 났다고 기억한다.
선수시절 피닉스 선스, 밀워키 벅스 등에서 11년 동안 주전가드로 뛴 험프리스가 보는 한국농구 수준은 어떨까. 그는 "한국농구의 속공과 슈팅능력은 매력적이지만 경기를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이나 파워에서는 선진농구와 수준차가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한국 선수의 NBA진출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서장훈(207㎝·삼성)이나 김주성(205㎝)은 NBA에서 통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것. 기본적인 기량은 물론 미국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과 미국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올 시즌 NBA에 데뷔해 기대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야오밍(226㎝·휴스턴 로케츠)은 비시즌이면 매직 존슨 등 NBA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해왔다. 시즌이 끝나면 김주성을 밀워키 벅스나 덴버 너게츠 등 NBA팀의 훈련에 참가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부인 안젤리카(38)와 3살짜리 딸 제이든과 함께 원주에서 한국생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험프리스는 "한국선수들과 동료처럼 호흡을 맞췄던 우승팀의 외국인 코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글·사진 이왕구기자 fab4@hk.co.kr
프로필
생년월일 1962년 10월17일
신체조건 196㎝ 100㎏
경력 미 콜로라도대졸업
84년 드래프트 1라운드 13번 NBA 피닉스 선스 지명
밀워키 벅스, 유타재즈 선수
95년 은퇴
2001년 중국 지린 타이거스 감독
2002년∼ 원주TG코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