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 남겨진 물건들을 부순다. 우리는 자유로의 전차방해용 구조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우리는 인사동 공예품 가게에서 주인의 사진을 찍어주는 척하며 임대업자의 비밀을 실토하게 한다."(대안공간그룹 '플라잉시티' 회원 전용석) IMF 이후인 3∼4년 전부터 서울에 대안 미술공간들이 하나둘씩 자생적으로 생겨났다.상업화랑, 제도권 미술관에 의한 주류 미술과는 다른 시각과 이념을 추구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비영리 미술공간 혹은 독립 미술공간으로 정의되는 대안공간은 과연 우리 미술에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이 29일부터 국내 7개 대안공간에서 '럭키 서울'을 주제로 여는 네트워크 전과, 12월 6, 7일 해외 8개 도시의 대안공간을 초청해 '도시의 기억, 공간의 역사'를 주제로 여는 국제 심포지엄은 대안공간 활동의 성과와 비전을 국내외적으로 점검해보는 자리다.
두 행사 다 도시에서의 삶을 다룬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대안공간들에게 "도시는 곧 캔버스"라는 말이 있다. 그들은 일상의 가장 확실하고 구체적인 장소로 민족이나 국가가 아닌 도시를 꼽는다. '럭키 서울'이란 네트워크 전의 이름은 1950년대 유행가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압축성장의 길을 걸어온 서울 곳곳에 새겨져있는 근대적 시간의 흔적을 각 대안공간이 재구성한다.
대안공간 풀은 29일∼12월 10일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 영상교실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작업한 비디오 다이어리를 선보인다. 쌈지스페이스는 12월 1∼14일 박경주, 천재용의 2인전으로 '도시와 마이너리티'의 문제를 다룬다. 갤러리 보다('도시와 영상―체감서울' 전·12월 4∼17일) 대안공간 루프('도시와 인간' 전·12월 5∼31일) 일주아트하우스('도시의 기억―슬로우시티, 서울' 전·12월 6∼23일)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도시와 건축―사루비아 타임캡슐' 전·12월 6∼28일) 인사미술공간('도시와 대안공간' 전·12월 6∼18일)이 함께 참가한다. 이들은 이번 전시와 심포지엄을 계기로 내년 중 가칭 '전국 대안공간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제 심포지엄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터키 이스탄불,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레바논 베이루트,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 중국 베이징, 일본 키타큐슈, 홍콩이 참가한다. 미국이나 서유럽이 아닌 아시아와 제3세계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미술의 흐름을 짚어보겠다는 의도다.
이스탄불의 대안공간 'Proje4L'은 터키 농촌문화의 급격한 도시화와 근대화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 베오그라드의 'Rex―b92'는 세르비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경험을 뉴미디어 중심으로 소개한다. 인도네시아의 심포지엄 발제자 아궁 쿠리나완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치면서 어떻게 예술가들이 살아남았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문의 (02)760―4720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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