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는 올해 환갑입니다. 오늘 아침 여수에 사는 여동생에게서 전화를 받고 놀라 문의합니다. 50대 중반의 동생은 울먹이며 불면증이 심하고, 살 의욕을 잃어 죽어 버리겠다고 합니다. 동생은 지난 봄에 자기 돈 반, 사업하는 남편 돈 반, 합해 1억여원을 친구에게 꾸어주었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그 때 이후 깐깐한 남편에게서 질책을 받아 온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동생은 젊어서도 두 번 자살미수 경력이 있어 이번에도 무슨 일을 저지를 까 걱정입니다. 오빠가 마침 여수에 살고 있습니다만, 언니로서 이럴 때 어찌하면 좋을까요?(서울 신림동 김씨)
답>다정한 언니로서 동생에게서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얼마나 걱정이 되시겠습니까? 함부로 남편과 자식들에게 의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어 우왕좌왕하시는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동생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봅니다. 원인에는 거액을 사기 당해 겪는 경제적 고통, 자존심 추락과 분노, 남편의 질책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습니다. 또 갱년기 우울증과 같은 신체적인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또 과거 자살기도 경력으로 보아 스트레스를 잘 견디지 못하는 '성격적 요인'도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환경적, 신체적, 성격적인 요소 세 가지가 중첩돼 있으니 상태는 중하다는 판단입니다.
동생은 남편을 포함해 주위 사람에게서 동정과 격려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며, 죽고 싶은 심정을 의논할 수도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친정언니를 찾는 것으로 보이며, 언니가 반응이 없으면 과거 행동거지로 보아 자살의 길로 빠져들 위험이 있습니다. 대개의 자살자들은 느닷없이 죽는다는 통념과는 달리 사전에 직접 간접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예고를 합니다. 듣고도 상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사자는 절망하지요. 흔히 기혼 여성의 경우, 마지막 호소대상은 친정식구가 됩니다.
당장 동생에게 전화를 하셔서 무슨 사정인지 더 들어보시고, 위로하시고, 격려하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면 오늘 내일 중에 여수에 내려가셔서 오빠와 의논하시고, 동생을 만나 보십시오. 오빠와 언니가 무리해 대신 돈을 물어 줄 수는 없는 일이고, 또 돈이 해결책도 아닙니다. 제부도 만나 보시고, 동생에게 신경정신과 진찰을 권해보시지요. 주위의 즉각적 관심표명과 행동이 필수이며, 이에 동생은 고마워할 것입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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