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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합집산 - 흠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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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이합집산 - 흠집내기

입력
200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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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정치권을 닮아가고 있다. 비운동권세력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노선을 불문한 이합집산(離合集散)과 상대후보 흠집내기 등 기성정치권을 방불케하는 각종 양태가 판을 치고있다.■당선위해서라면 이념도 관계없다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 21 후보간의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주요 화제였던 것처럼 대학들의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후보단일화 바람이 붐을 이루었다.

지난해 선거를 통해 비운동권 총학생회체제가 들어선 한양대, 고려대, 성균관대는 올해도 역시 비운동권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운동권의 전통적 양대 진영인 NL(민족자주)계열과 PD(민중민주)계열이 뭉쳐 통합 후보를 선출, 강력한 도전장을 냈다. 한양대 '한/양/대/행/진'과 고려대 'PROMISE WITH', 성균관대 '당찬우리' 선거본부는 각각 정후보(총학생회장)와 부후보(부총학생회장)직을 각각 PD와 NL 진영이 나누어 가진 뒤 출사표를 던졌다.

시국상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지향점이 상이해 사사건건 충돌했던 두 운동진영의 이례적인 동거가 가능했던 이유는 '운동권의 단일화만이 승산있다'는 절박한 상황인식 때문이다.

김희서(PD진영) 정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성균관대'당찬우리' 소속 김형배(22·NL진영·교육학 3)씨도 비운동권 학생회를 견제할 목적으로 운동권의 단일 후보화가 이루어졌음을 시인했다. 김씨는 "현 비운동권 학생회가 학생보다 학교측 입장을 대변해왔다"고 성토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NL과 PD 등 다양한 운동권 진영이 서로 분열돼 자기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하기보다는 뭉쳐야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양대 총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운동권의 후보단일화가 실패하면서 표가 분열돼 개교이래 처음으로 비운동권이 당선된데 대해 운동권 진영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 흠집내기 등으로 얼룩진 대학 선거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한 상대후보 흠집내기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판을 물들이고 있다. 기성정치판에서나 볼수 있는 비밀 문건 폭로 등의 수법까지 등장하는 등 이제 대학가 선거는 학생 특유의 순수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한양대는 비운동권 총학생회 후보인 신모씨의 선거운동 자금 출처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음해성 글과 증거 문서가 14일 인터넷게시판에 공개되면서 총학생회장단 선거가 의혹투성이로 변질됐다. 현 총학생회와 신 후보가 문제된 의혹을 전면 부인,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 '비운동권 후보에 대한 한총련의 음해다' '신후보측의 자작극이다' '경찰과 운동권의 유착관계' '동문회가 비운동권 총학에 자금을 지원하다'는 등 숱한 억측만 난무하고 있다.

고려대는 현 총학생회가 18일자 고대신문에 실린 선거 관리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항의, 학보를 수거하는 소동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비운동권 출신인 현 총학생회가 같은 비운동권 후보 이외의 진영에 대해서 대자보를 훼손하거나 홍보물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고대신문이 기사화한 데서 비롯됐다. 고대 총학생회는 20일 수거한 신문을 일단 제자리에 돌려놓았으나 고대신문측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는 단과대 학생회장인 최모(영어학과 4)씨에게 교직원이 등록금투쟁을 순탄하게 해결해달라는 조건으로 총학생회장 후보 입후보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져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이 20일 학생지원처를 점거하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대해 한양대 학생처 관계자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기성정치판의 부정적인 면을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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