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韓紙)의 화가' 권영우(76) 화백이 최근 10여년 간의 작업을 보여주는 초대전을 29일부터 12월 22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연다.권 화백은 전통적 기법과 소재의 수묵·채색화가 주종을 이루던 한국화단에 1950년대부터 추상 형식을 과감히 도입하고, 한지를 통한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언제나 시대의 전위에 있었던 작가다.
특히 60년대 초반 이후에는 종이 작업에만 몰두, 화선지를 쌓아올리고 그것을 밀고, 긁어내고, 찢어서 행위를 남기는 독자적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권 화백은 95년 이후 시작했던 오브제 작업과 함께 최근 다시 회귀한 한지 평면작업까지를 통시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최근작들은 순박한 색채와 질감을 살려 직접 제작한 연한 갈색의 캔버스 위에 한지를 여러 겹 붙이고 잘라내는 과정에서 독특한 형체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전통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것도 있고, 커다란 술잔 속에 작가가 즐겨 마시는 막걸리병이 가득 담긴 것 같은 모양도 있고, 공간을 부유하는듯한 미정형의 형체도 보인다. 어느 형체나 재료인 한지와 어울려 독특한 아우라를 빚어낸다.
그의 오브제 작업도 흥미롭다. 권 화백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주변의 사물, 예를 들면 철사로 만든 옷걸이, 드레스셔츠를 사면 그 밑에 들어있는 종이받침, 혹은 플라스틱 병 같은 것과 한지를 사용해서 추상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작업들을 보여준다.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에 더욱 왕성해지는 실험정신과 창작욕이다.
권 화백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78∼89년 프랑스에서 작업했으며 귀국 후에는 중앙대교수,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예술원 회원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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