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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교·대학 뇌물입학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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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교·대학 뇌물입학 횡행

입력
200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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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시험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낙방했어요. 하지만 길이 없는 건 아니더군요. 일류 대학 입학사정위원회와 관계있는 교수를 브로커에게서 소개받았거든요. 기부금조로 6,000달러(700여 만 원)를 내면 입학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20년 넘게 실시한 1가정 1자녀 정책에 따른 과잉 교육열에 시장 중심의 교육개혁 정책이 맞아 떨어져 중국의 학교가 부정과 뇌물에 찌들고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 시험에 떨어져도 수 천 달러만 주면 얼마든지 입학이 가능하고 학점은 물론 학위증이나 추천장을 돈으로 사고 팔 수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2월 2일자)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중국 정부가 시장 우선의 교육개혁 제도를 도입하면서 학교 보조금을 줄이자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국의 대학이나 고등학교가 기부금 형식으로 뒷돈을 받고 부정입학시켜 주는 풍조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가장 부정이 횡행하는 곳은 대학이다. 당국의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사립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대학 진학률은 최근 급속도로 늘었다. 1998년 108만 명이던 대학생 숫자는 올해 3배에 가까운 3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전국의 대학 숫자는 1,840여 개를 헤아린다.

6,000달러의 기부금을 내고 시험에 낙방한 아들을 입학시키려 한 리하오(가명)라는 여인은 평생 모은 돈을 털어 넣고 빌린 돈까지 보탰지만 아들의 입학 허가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알아 봤더니 교수는 추가로 1,200달러의 뇌물을 요구했다.

27세의 류다강은 대학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는다는 조건으로 다니던 지방대학의 공산당 비서에게 120달러를 냈다. 학교를 마치고 저장(浙江)성의 부유층 아이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교사로 취직한 그는 학부모 초청 연회 같은 행사가 벌어지면 선물이나 현금으로 적게는 수 백 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 이상을 손에 쥔다. 뇌물 받는 일이 마음에 거리끼지만 이제 학생들 성적을 매기는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대학 박사 과정 이수에는 5,000달러, 경영학석사 과정을 통과하는 데는 3만 달러의 돈이 오간다. 베이징(北京)의 한 대학 교수는 졸업 시험 직전 한 학생이 자신의 주머니에 100위안 짜리 지폐 한 다발을 찔러 넣어주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베이징의 여러 대학 정문 앞에서 단돈 25달러에 가짜 학위증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양동핑 베이징기술대 교수는 중국 대학 졸업자 가운데 50만 명 정도가 가짜 학위증을 가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근소한 점수 차이로 낙방한 아이들은 1,200∼3,600달러를 내면 고등학교나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자녀를 좋은 유치원에 넣기 위해 고등학교 입학비보다 비싼 뇌물을 쓰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교육개혁의 취지는 학교끼리 경쟁을 부추기고 교육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었지만, 하나뿐인 자녀 교육이 인생의 최대 목표인 부모들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고심하는 학교 당국은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됐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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