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2개월 만에 700선을 회복하면서 연말연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미국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대선과 이라크전쟁 불안감도 점차 희석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은 여전히 정체를 보이는 등 증시의 유동성이 보강될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부동화한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타이밍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국인이 이달 들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어 수급개선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심화
한국은행은 최근 이달 들어 단기 금융상품에 5조3,982억원이 신규 유입됐다고 밝혔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투신사의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50조677억원(21일 기준)을 기록, 1996년 MMF가 도입된 후 처음 5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장기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이달 초 24조820억원에서 현재 24조3,850억원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중단한 채 MMF 등 초단기 상품에만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대우증권 조사 결과, 우량 상장기업 174개사의 올해 말 현금보유액은 1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9조7,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 전망과 증시의 박스권 이탈 여부가 불투명하다 보니 시중자금이 MMF나 단기 채권형에만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역시 수익을 내는 공모주나 주상복합주택 청약 등에 게릴라성 투자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공모를 실시한 NHN과 파라다이스에 3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린데 이어, 최근 주상복합주택 청약에도 1조원 대의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개인 부동자금은 무려 3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현금을 손에 쥐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가 700∼730대의 매물벽을 돌파할 경우 눈치를 보던 부동자금이 급속히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동양종금증권 노근환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증시가 살아날 기미만 보인다면 시중 부동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폭발적 매수세
현재 시장 수급을 지탱하는 두 축은 프로그램 매수와 외국인이다. 특히 외국인은 22일 올들어 두 번째로 많은 3,758억원을 순수히 사들이는 등 이달 들어 1조2,9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월간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초부터 지속돼온 외국인 매도세가 매수 기조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지난달 11일 저점 이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1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올들어 8개월간 지속돼온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일단락되고, 매수 우위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추수감사절 휴가를 앞둔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연말 '윈도우드레싱(Window Dressing:결산기에 앞서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을 팔고 대신 우량주를 편입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겨냥해 국내 우량주에 대한 선취매성 매수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700선 초반의 두터운 매물벽을 뚫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도 불구, 개인은 증시의 추세전환을 의심하며 현금화에 주력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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