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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4080](8)성기능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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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4080](8)성기능 장애

입력
2002.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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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노인의 삶을 아느냐?" 얼마 전 70대 노부부의 파격적인 성 표현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우리사회는 노인이 성에 관심을 보이면 "주책이다", "망측하다"면서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섹스야말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이미 전체인구의 7.9%를 넘어섰다. 2020년쯤이면 15%까지 늘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과거에는 그저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여겨지던 성기능장애 문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금욕이 오히려 성기능장애의 원인

성기능장애는 남녀 모두에게 나타난다. 성인 남성의 절반 가량이 성기능장애를 경험하고, 여성도 43% 정도는 성욕 감퇴와 분비물 저하, 오르가슴 장애, 성교 통증 등을 겪고 있다. 남성의 성기능장애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발생을 늦출 수 있다. 미국노인병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서도 원활한 성생활을 계속하려면 청장년기에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오랫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그 자체가 성기능장애의 원인이 된다.

성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원인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은 당뇨병이다. 실제로 60세 이상 당뇨환자의 65%, 35세 이하 당뇨환자의 15%가 성기능장애를 겪는데, 이는 일반인보다 3배 가량 높은 발병률이다. 이외에 갑상선 기능항진증·저하증, 고(高)프로락틴혈증 같은 내분비질환, 그리고 허혈성 심장질환, 고혈압, 말초혈관질환, 고지혈증 등 심장혈관계 질환과 뇌혈관질환, 다발성경화증 등 만성 신경질환도 성기능장애를 유발한다. 따라서 이 같은 원인질환이 있으면 치료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성기능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약물도 성기능장애와 관련이 있다. 정신과 약물을 비롯해 고혈압약, 심장혈관계 약물, 항히스타민 약물, 호르몬제, 항콜린성 약물, 항암화학제 등 현재까지 성기능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은 수백 종이 넘는다. 만약 약물로 인한 성기능장애가 의심될 때는 해당 약물을 끊거나 감량하고 관련없는 약물로 바꾸어야 한다.

음경동맥에 동맥경화증을 초래할 수 있는 담배와 음주, 그리고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는 스트레스도 성기능장애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수년 전 IMF체제가 닥쳤을 때 개인사업자 가운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사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가 성기능장애로 나타난 것이다. 우울증, 증오, 분개 등도 성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성기능장애를 예방하려면 낙천적으로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중년의 성생활이 노후 성생활을 좌우

규칙적인 운동은 성기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뇌하수체를 자극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성욕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근력을 강화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며 엔도르핀을 생산한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성기능장애는 기질적인 이유이거나 갱년기 여성호르몬 부족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남편과의 관계, 주변상황 같은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성생활은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쪽의 성기능장애는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성기능장애가 생기면 부부가 같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단 성기능장애가 온 경우에는 부부간에 솔직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몰라 초기에 해결할 수가 있는데도 오래 끌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만약 대화로도 해결이 안 되면 부부가 같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중년에 흔히 있는 것으로 여겨 오랫동안 방치했다가는 점점 악화돼 나중에는 치료가 아주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성 능력은 이미 정해져 있어 젊을 때 많이 사용하면 나이 들어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창고에 저장된 곶감을 하나씩 빼먹는 것과 같다고 '곶감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사용하면 할수록 더 새로운 물이 솟아나는 '샘물론'이 정설로 통한다. 따라서 중년에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성생활을 하면 노인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남성이 야간수면 중 4∼5차례 발기가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강제로 발기를 시켜 산소를 계속 음경에 공급함으로써 기능을 보존하고자 하는 조물주의 심오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안 태 영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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