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가운데 뚱뚱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많은 미국인이 날 때부터 뚱뚱해질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뭔가 사회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비만이 흡연보다 더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급기야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 '살과의 전쟁'을 선언하는 미국 사회의 이면에는 기업들의 교묘한 상술이 숨어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4일 '비만의 나라'라는 특집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위해 국민을 지속적으로 살찌게 하는 미 음식산업의 상술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만의 악순환을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비만도가 높은 나라다. 뉴욕대 식품영양학과장인 매리언 네슬은 미국인들을 오늘의 비만에 이르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해 "한 개의 햄버거를 먹은 뒤 얼마 안 있어 또 햄버거를 찾게 되는 미국인의 욕망은 다분히 상업적으로 동기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음식의 정치학'이란 책에서 이런 비만 조장의 주범으로 더 많은 음식을 팔고 싶어하는 비료상에서 농부, 식당에 이르는 음식 산업 전체를 지목했다.
미국의 음식은 초과 생산으로 항상 남아돈다. 미 음식업계가 생산하는 성인 한 명당 하루 3,800칼로리는 보통 여성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양의 두 배에 이른다. 남아 도는 음식을 소비자에게 팔기 위한 상술은 곧 생존 전략과 마찬가지다.
코카콜라, 펩시 등 음료수 회사는 그들의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동원해 학교 건물마다 자동판매기를 설치한다. 음식업계가 온갖 로비를 통해 각종 식품에 기재케 하는 영양 권고안은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섭취해 온 것보다 많은 양이다. 심지어 미국인들에게 건강한 몸매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테니스 스타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도 비만의 주범과도 같은 맥도널드 햄버거 광고에 출연한다.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미국인 한 명이 한 해 섭취하는 고기와 생선의 양은 20년 전보다 5.4㎏이나 늘었다. 한 해 동안의 당분 섭취량은 무려 68㎏에 이른다. 질병통제센터(CDC)는 현재 미국인의 30%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는 40년 전보다 두 배가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체중 증가 현상은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았다.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 비만의 사회적 손실액은 연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 음식산업에게 비만은 곧 돈"이라며 "뚱뚱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이들이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칼로리는 높아지고 음식산업은 문자 그대로 앉아서 성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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