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경기를 이끌어왔던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지만 그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3·4분기 국내 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에 그쳤다. 전 분기의 6.4%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데다 한은이 7월 발표한 전망치인 6.7%를 크게 밑돌았다. 장마 태풍 등 비경기적 요인 때문이라지만, 실적과 전망치의 차이가 0.9%포인트에 달하는 것은 무척 큰 것이어서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3·4분기는 내수가 부진한 틈을 수출 호조로 메웠다. 민간 소비는 6.1% 증가해 전 분기의 7.6%에 비해 대폭 줄었지만 수출은 21.7%가 늘어 전 분기의 13.5%를 훨씬 뛰어 넘었다. 이에 따라 내수의 성장 기여율은 28.7%로 떨어진 반면, 수출 기여율은 71.3%로 급등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내수 중심 성장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마구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키는 지나친 내수 의존 성장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지만,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도 문제가 적지 않다. 수출은 외부 환경의 영향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급격한 내수 조절 정책을 우려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은은 3·4분기 성장이 잠재 성장률을 웃돌고 있고, 경기 상승 국면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올해 6%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수 위축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해외 환경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불안해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경기가 급 물결을 타지 않도록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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