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으로 대기업이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해지(解止)하는 사태가 사상 처음 발생했다.두산중공업은 24일 지난 5월22일 기본협약 무조건 수용을 요구하는 노조측에 단협 해지를 통보한 지 6개월이 지나, 23일 0시부터 해지가 효력을 발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단협 해지는 노사협상이 무한정 길어질 때 한쪽이 일방 통보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발효된 적은 없다.
단협의 효력이 정지되면 개별 노조원들은 과거 단협의 적용을 받아 피해가 없지만, 노조 전임자 인정과 노조사무실 사용 등 회사와 노조가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된다. 회사측은 그러나 "당분간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며 협상을 하겠다"면서 "일반 노조원의 임금,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은 종전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단협해지 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은 노조측과의 장기 분쟁때문. 회사측은 "7개월간 노조가 단협 사안이 아닌 불법 파업자 사법처리 철회를 임금·단체협상에 연계시켜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5월22일부터 노조가 47일간의 장기파업을 실시하자, 단협해지 통보와 함께 이를 주도한 간부 18명을 해고하는 등 80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을 했다.
회사측은 "불법파업 사업처리는 법과 원칙의 문제이며, 이는 회사가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있다. 그동안 임·단협 타결시 회사측이 노조원 사법처리를 철회해준 점에 비춰, 두산중공업의 이 같은 방침은 과거 공기업적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용성(사진) 회장의 개인적 소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법과 원칙보다 생떼를 부려 일을 해결하려는 분위기를 고쳐야 한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2001년 2월 두산에 인수되며 민영화한 한국중공업은 같은해 3월 사명이 두산중공업으로 바뀌고, 약 1,300명에 대한 명예퇴직과, 임원 50% 축소, 연공서열제 파괴, 성과급제, 연봉제 도입 등 과감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돼 왔다.
노조는 이번 단체협약 해지가 사측의 노조길들이기라며 25일 파업찬반 투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사간 갈등은 더욱 첨예화할 전망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 두산중공업 민영화, 임·단협 일지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 매각입찰, 두산컨소시엄 낙찰
2001년 1월 조직개편, 사업부제 도입, 명퇴실시
2001년 3월 사명 두산중공업으로 변경, 박용성 회장 취임
2001년 11월 변화프로그램 도입, 조직개편, 강남사옥 매각
12월29일 2001년 임·단협 타결
2002년 4월 2002년 임·단협 협상시작
5월 22일 노조 전면파업(7월7일까지 47일간), 회사 단체협약 해지 통보
11월 22일 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25일 발표예정)
11월23일 단체협약 해지
11월26일 노사 54차 협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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