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소위 '병풍(兵風)사건'의 폭로자 김대업씨를 지명수배했다. 김 씨가 수사관을 사칭했다는 고발사건을 수사하는데 있어 소환에 불응하고 있고, 소재파악도 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 모 인터넷 신문의 기자와 단독 인터뷰까지 하는 등 사실상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김씨를 소환 조사할 수 없다는 것부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김 씨 수사에 대해 소극적이어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우선 김 씨 스스로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게 마땅하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 병풍사건을 고발함으로써 '의인'(義人)이라고까지 불렸던 것에 비해 지금에 와서 "검찰수사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뒤로 빼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상대방에게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을 때는 괜찮고, 자신에게로 향해지니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수사라고 하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더 한심한 것은 검찰의 무책임한 자세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발표한 이후 한 달이 되도록 후속수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뒤흔들고 정치판을 무책임한 폭로전으로 만들었던 대표적인 사건에 대해 '절반(折半)의 수사'로 그친다면 두고두고 검찰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욱이 김 씨는 최근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의 새로운 증거를 갖고 있다"며 언론에 밝혔다. 정말 그런 증거가 있다면 병풍사건은 새로운 조명을 받아야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김 씨에게 문제가 있다. '병풍의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난 마당에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계속 명예훼손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토록 범의(犯意)가 짙은 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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