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독감대란이 휘몰아치고 있다. 일선 초·중등학교에서는 결석·조퇴하는 학생들이 속출, 정상수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병원들은 독감환자들로 초만원을 이루는 현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독감이 잔뜩 퍼진 23일에야 주의보를 내려 "보건당국이 뒷북만 치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수업단축 등 속속 파행…
상당수 학교는 학급당 수십명이 독감으로 쓰러지면서 수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교령까지 고려할만큼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A초등학교는 지난주부터 학급당 10∼20명이 독감으로 결석하면서 빈자리가 수두룩해 정상수업이 어려울 정도다.
서울시내 다른 초등학교나 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급당 10명 안팎의 결석학생이 생기고 있는 서울 광진구 K중학교의 정모 보건교사는 "심한 집단발병으로 휴교령까지 고려했다"며 "개인위생관리를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지만 이미 독감이 만연돼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경남 진주시의 P초등학교는 전교생 1,400명 중 100명이상이 집단결석을 하면서 20일부터 단축수업에 들어갔고, S여중 등 진주시내 10여개 중학교도 결석·조퇴율이 30∼50%에 달하고 있다.
■병원 만원, 보건당국은 늑장
병·의원은 매일 독감환자 수십명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진료대기시간이 3시간을 넘어서 독감환자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8세 된 자녀가 고열과 관절통을 호소해 지난주 말 동네병원을 찾았던 K씨는 독감환자 수십명이 대기하는 것을 보곤 발길을 돌렸다. K씨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다른 의원을 찾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런데도 보건당국의 발걸음은 너무 느려 보인다. 국립보건원은 11월 둘째주(3∼9일) 인구 1,000명당 1.6명이던 독감유사환자가 셋째주(10∼16일) 들어 최근 3년간 최고수준인 4.47명으로 폭증, '독감주의수준(3명)'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자 23일 독감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일선 학교에 독감이 번지기 시작한지 1주일 이상 지난 뒤다. 보건원 관계자는 "600여개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독감환자 1주일치 진료기록이 지역보건소에 금요일에 취합돼 주초에 보고되기 때문에 분석이 1주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염병 예방법상 의료기관 보고횟수가 매주 1회로 돼 있어 시차발생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1주일단위의 보고체계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독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특정지역의 확산에 대비한 지역주의보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조기차단도 힘든 실정이다.
■독감예방법
전국을 휩쓸고 있는 파나마 A형은 독성이 강해 높은 고열과 함께 근육·관절통 등 유달리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국립보건원은 "독감은 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어린이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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