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0시가 넘어 발표된 민주당―국민통합21의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양측 모두에게 피를 말리는 '숫자의 게임'이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는 '월드 리서치'와 '리서치 앤드 리서치'등 2개 기관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 본선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서 모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를 앞섰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 사의 경우 노 후보 46.8%, 정 후보 42.2%로 노 후보가 4.6% 포인트 앞섰다. 월드 리서치의 경우는 노 후보 38.8%, 정 후보 37.0%로 역시 노 후보가 1.8%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정 후보를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결과는 그러나 양측이 사전에 합의한 '무효화 조항'의 기준을 충족해야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유효한 결과'가 될 수 있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가 극적으로 발표되기 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무효화 조항은 한나라당 이 후보의 단순 지지도가 후보 단일화 TV토론이 실시된 이후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 후보의 최저 지지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무효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여론조사 기관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15위 내의 기관이어야 하고 그 여론조사 결과가 국내 유력한 언론에 의해 보도된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이 후보의 최근 최저 지지율은 국민일보가 월드 리서치에 의뢰해 25일자로 실시된 조사에서 나타난 30.4%로 결정됐다. 무효 기준이 30.4%였기 때문에 단순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가 28.7%로 나온 월드 리서치 조사 결과는 무효의 판정을 받게 됐다. 월드 리서치 조사에서도 본선 경쟁력에서는 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으나 총체적 판정은 무효로 된 것이다. 리서치 앤드 리서치의 경우 이 후보의 단순 지지도는 32.1%로 무효 기준을 1.7%포인트 초과해 간신히 무효를 면할 수 있었다. 이 조사에서 노 후보는 정 후보를 4.6%포인트 앞서 표본수를 2,000명으로 잡았을 경우 오차범위인 2.1∼2.2%포인트를 넘어 이 결과에 관한 한 논란 없는 승리를 거뒀다. 다만 무효 기준 초과 정도는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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