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을 비롯한 서울 전역의 전세시장도 아파트가격 하락과 함께 동면기로 들어가고 있다.대입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는데도 지난해와 달리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가 오르지 않았고, 서울 외곽지역으로는 전세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매매가를 끌어내리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다세대·다가구 주택공급 물량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연말에도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많아 12월부터 시작되는 이사철 수요에 따른 전세대란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114가 최근 조사한 전세가 동향에서 서울지역은 마이너스 0.31%, 신도시는 마이너스 0.07%를 기록해 연속5주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마포와 강서, 동작, 관악 등 서울 외곽지역은 하락폭이 1%에 가까워 전세매물 적체현상까지 보였다. 신도시도 평촌, 분당, 산본, 중동 지역 등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덩달아 전세가가 오르던 강남지역도 예년과 달리 큰 움직임이 없었다. 경기고, 영동고 등이 속한 8학군 지역이면서 유명 학원들이 밀집한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의 경우 48평형 전세가가 4억원대로 지난달 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인근 우성1차 31평형도 2억2,000만원대로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대치공인 관계자는 "수능 직후 매수문의가 반짝 늘기도 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평형은 매물이 없고 상대적으로 매물여유가 있는 대형평형은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크게 활성화 하지 못하고 가격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등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한달 사이에 전세가격이 2,000만∼3,000만원씩 떨어지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가 2년 전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서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느라 집주인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세값 하락은 최근 몇 년 새 다가구·다세대 주택 및 신규아파트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공급된 다가구·다세대주택은 1998년 4,000가구에서 2000년 2만4,000가구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8만가구 이상으로 폭증했다. 수도권의 경우 다음달 입주 예정인 아파트만 16개 단지 9,000여가구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겨울방학 이사철에도 불구하고 전세대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114 김규정 대리는 "서울과 수도권 모두 전세물량의 여유가 예년보다 많은 편"이라며 "11월초부터 전세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어 전세를 둘러싼 이사철 부동산 경기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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