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의 과제는 경영체질 개선이었다. 그리고 경영체질 개선의 가운데는 리더십이 강한 CEO가 요구되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한 듯 세계적 CEO들을 다룬 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왔다.책들의 공통점은 외국의 CEO라는 것. 물론 그들은 글로벌 기업을 육성한 CEO들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엔 CEO 리더십을 갖춘 인물은 없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던 터에 문득 발견한 책이 바로 '성공한 왕, 실패한 왕'이다. 조선의 왕들을 오늘날 CEO의 관점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이 흥미롭다.
CEO 이론서는 리더의 덕목으로 전문 지식과 비전, 지도력, 개혁과 발전을 두려워 않는 도전 정신 등을 지적한다. 이들 덕목은 왕을 만드는 교육인 '제왕학'에서 강조되던 것들과도 일치한다. 왕이 갖춰야 할 제왕학의 요건을 경영학적 용어로 바꾸면 'CEO 마인드'가 될 것이다.
제왕학에서 나오는 창업·수성(守成)의 노하우는 CEO들이 경영에 적용시켜 볼 대목이 많다. 제왕학에서 경학(철학)과 역사에 주력하여 세상이치를 터득케 했던 것은 제왕들의 통치 철학을 견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명분과 실리, 원칙론과 방법론, 이상론과 현실론에 대해 제왕의 분별력을 요구한 것 또한 CEO가 조직과 구성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제왕들이 익혀야 했던 인재 등용술, 균형감각은 매우 중시되는 CEO의 자질이다.
책은 CEO 마인드에 의해 조선이 흥망성쇠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선 역사를 제왕 10인의 성공과 실패의 리더십에서 분석해낼 수도 있다. 수평적 경영마인드로 정치와 문물을 부흥시킨 세종, 이상적인 지배를 구현하려고 힘의 균형을 이뤄낸 성종, 유능한 스태프들을 거느리며 솔선수범했던 정조, 이들에게서 창의적 지도력과 인재 등용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실패한 왕조에서는 권좌 유지를 위해 행한 당쟁의 폐해와 무리한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가 불러온 비리와 국정의 난맥상을 보게 된다. 하나같이 경영 모델로 삼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 제왕들의 국가 경영술을 벤치마킹한다면 지금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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