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보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9월23일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이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와의 3자 구도에서 노 후보는 46.6%로 37.4%의 이 후보를 9.2% 포인트 앞섰다. 정확히 1주일 전인 16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8.3%, 노 후보가 35.5%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지도 변화 폭이 22.0% 포인트나 된다.이 후보 하락, 노 후보 상승의 추세는 40대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16일 조사에서 노 후보 28.3%, 이 후보 59.4% 였던 40대의 지지도는 이번 조사에서는 크게 역전됐다. 노 후보는 25.7% 포인트 수직상승한 54.0%의 지지를 얻었고, 이 후보의 지지도는 17.6% 포인트 떨어진 31.8%에 그쳤다. 40대는 20대, 30대보다는 투표율이 훨씬 높은 데다, 그 동안 이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로서는 이들의 이탈을 심각하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다.
20대와 30대에서는 정 후보가 16일 조사 때보다 이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를 더욱 벌렸다. 16일 조사에서는 20대 8.9% 포인트(노 후보 45.6%, 이 후보 36.7%), 30대 2.0%포인트(노 후보 43.6%, 이 후보 41.6%) 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0대 23.7% 포인트(노 후보 51.9%, 이 후보 28.2%), 30대 12.2% 포인트(노 후보 47.8%, 이 후보 35.6%)나 됐다.
지역별로 보면 노 후보는 서울, 충청권, 호남권, 제주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노 후보는 16일 조사에서는 서울과 충청권, 제주에서 이 후보보다 지지도가 낮았다. 노 후보는 영남권에서는 이 후보에 여전히 뒤졌지만 지지도 격차는 크게 좁혔다. 대구·경북의 경우 16일 조사에서는 71.8%, 10.3%로 이 후보가 크게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2.6%, 36.2%로 지지도 격차가 많이 줄었다. 61.6%(이 후보), 25.6%(노 후보)였던 부산·경남의 지지도도 52.1%, 29.9%로 변화했다. 노 후보는 또 16일 조사에서 6.8% 포인트(노 후보 37.9%, 이 후보 44.7%) 뒤졌던 충청권에서는 이번 조사에서 역전, 17.4% 포인트(노 후보 45.6%, 이 후보 28.2%)나 앞섰다.
노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를 지지했던 응답자의 57.5%를 흡수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정몽준 지지층의 20.5%를 자신의 지지로 돌리는 데 그쳤다. 16일 조사에서는 각각 48.3%, 34.5%였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일부지역 "逆선택" 징후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사람을 단일후보로 미는 '역(逆)선택'이 실제 이뤄지고 있을까.
한국일보의 23일 여론조사를 보면 이를 긍정할 수 있는 징후가 몇 대목에서 나타나 주목된다.
우선 이 후보에게 50%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을 보면 이번 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는 떨어지고 노·정 두 후보 지지도가 올랐다. 특히 두 지역 중에서도 민주당과 노 후보가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TK지역서 노 후보의 지지도가 16일자 조사에 비해 12%포인트나 급상승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정 후보의 TK지역 지지도도 8%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PK지역에선 노 후보가 4%포인트, 정 후보는 1%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노 후보로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가상대결 구도에서도 노 후보의 TK지지도는 무려 26%포인트나 올랐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金知演) 차장은 "후보단일화 합의의 효과라고 보기에는 단기적인 상승폭이 너무 크다"며 '역선택'의 소지를 지적했다.
이 후보와 단일후보의 대결서 이 후보 지지층이 노·정 두 단일후보로 이동하는 수치가 커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다자대결 시 이 후보 지지층의 노·정 후보로의 이동 규모는 16일에는 각각 2.3%였던 것이 이번에는 8.1%와 7.5%로 모두 늘어났다.
물론 단일화 과정이 만들어내고 있는 시너지효과라고 할 수도 있다. 동시에 "역선택의 결과"라는 해석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정 후보측으로선 "대이회창 경쟁력 조사의 경우 전체 응답자 대상에선 노 후보, 이회창 후보 지지자 제외 대상에선 정 후보가 각각 앞서는 것은 이 후보 지지자들이 노 후보로의 역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단風"의 힘
본보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일부 '역선택'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단풍'(單風)의 위력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다자 구도에서 10월30일 33.8%, 11월9일 36.5%, 11월16일 39.0%로 오름세를 탔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도가 이번 조사에서 33.5%로 뚝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지지도는 26.7%, 25.4%로 이전 조사보다 3∼5% 포인트 올라갔다. 3자 구도에서는 '이 후보 하락, 노·정 후보 상승'의 추세가 더욱 뚜렷했다. 16일 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12.8% 포인트나 뒤졌던 노 후보는 이번 조사에서 오히려 9.2% 포인트 앞섰다. 정 후보도 이 후보에게 10.7% 포인트 뒤졌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9.3%포인트 차로 이 후보를 제쳤다.
다자구도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는 모든 지역에서 내려갔는데 특히 충청과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물론 여기에는 이 후보 강세지역의 특성상 역선택이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으로 의심해 볼 여지는 있다.
연령별로 보면 단풍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40대로 나타났다. 16일 조사와 비교하면 다자구도에서 이 후보의 40대 지지도는 47.5%에서 28.4%로 19.1% 포인트나 내려갔다. 반면 노 후보는 16.0%에서 33.6%로 20.7% 포인트나 수직 상승했고, 정 후보도 19.6%에서 24.6%로 5% 포인트 올라갔다. 40대는 20대, 30대보다는 투표율이 훨씬 높은 데다, 그 동안 이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로서는 이들의 이탈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서는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정 후보 지지층의 57.5%가 노 후보로 돌아서고, 20.5%만 이 후보로 빠져나갔다. 각각 48.3%, 34.5%였던 16일의 조사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정 후보로 단일화하면 노 후보 지지층의 60.3%가 정 후보를, 16.1%는 이 후보를 택했다. 16일 조사에서는 57.6%, 16%였다. 후보 단일화로 노 후보와 정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후보 지지층의 충성도도 후보 단일화 이전보다 떨어졌다. 노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16일 조사에서 96.4%였던 충성도가 88.1%로 내려갔다. 노 후보로의 이탈율도 2.3%에서 8.1%로 크게 올라갔다.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때 충성도는 97.2%에서 90.7%로 낮아지고, 이탈율은 2.3%에서 7.5%로 높아졌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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