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부재자 투표를 허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결정은 우리 선거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소 설치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부 지역선관위가 거소지를 대학과 대학이 위치한 동(洞)을 표기한 학생에 한해 부재자 투표 자격을 인정하려고 해 파문을 낳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에선 선관위에 거소지 개념의 확대를 요구하며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선거의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집단움직임마저 일고 있다.지역선관위 방침대로라면 서울대와 고려대 경북대 등 5개 대학의 캠퍼스 내 투표소 설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게 됐다. 현재 선관위가 2,000명 이상이라고 한 인정기준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이 규정으로는 7개 대학에서 겨우 1만5,000명 정도의 대학생 유권자들이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소수 유권자를 위해 대학마다 투표소를 만들 수가 없다면, 연합 또는 공동 투표소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공단이나 대기업 같은 산업시설 등 집을 떠난 젊은이들이 많은 장소에도 이번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1997년 대선 당시 부재 유권자 80여만명 가운데 대학생이 54만여명이나 되었지만, 이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3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주거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부재자 투표가 허용되지 않은 때문이었다. 68.2%에 불과했던 20대 투표율이 80% 이상을 기록했던 다른 연령층보다 현저히 낮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선한 정치의식을 가진 많은 젊은이들이 선거에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은, 국민 의사를 고루 반영해야 한다는 선거제도의 취지에도 배치되는 일이다.
불법 현수막이나 유인물을 철거하는 등 명랑한 투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더 많은 부재자들의 투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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