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이전에 '무역수지의 벽'이라는 것에 걸려 경기상승의 발목이 잡히곤 했다.수출이 살아나서 경기가 상승 기조에 들어서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활황의 마지막 국면에서는 무역수지 악화로 경기가 벽에 부딪혔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욱이 1961년 이후 지금까지의 누적 무역수지가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한국무역협회의 발표는 정말 감개무량하다. 올해부터 일본과 같이 '만년 흑자국'이 되는 원년이 아닐까 기대된다.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선 무역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부가가치가 낮은 물건을 팔아 외국의 비싼 자본재를 수입하는 형태로는 무역수지가 구조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 보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그러다 산업화 단계가 성숙하고 국제시장에서 상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 증가와 함께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다. 사람의 중년기인 셈이다.
마침내는 생산설비가 노동력이 풍부한 외국으로 대거 이전되고, 국내에선 서비스업의 발전과 함께 모아놓은 돈으로 해외의 젊은 국가들을 상대로 돈놀이에 치중하는 금융제국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노년기 은퇴자와 비슷한 생활이다. 주가의 클라이막스는 대개 경제의 중년기 단계 이후에 온다.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투자로 빠지는 돈을 능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청년기에는 '일해서 돈을 벌다'가 중·장년기 이후에는 '돈으로 돈을 버는', 말하자면 플로우(flow) 경제에서 스톡(stock) 경제로의 이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80년대 일본 주가 폭등기에 많이 듣던 말들이다. 누적 무역수지 흑자 원년의 해에 우리 증시에도 새로운 활기가 시작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때인 것 같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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