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극과 현대음악이 만난다. 성악앙상블 '삶과꿈 싱어즈'는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음악극 '보리스를 위한 파티'를28∼29일 오후8시 LG아트센터에서 연다. 오스트리아 출신 극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원작을 서울대 미학과 김문환(58) 교수가 각색하고 표재순(65)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가 연출했다. 원작에 없는 음악부분은 서울대 작곡과 교수로 정년퇴직한 원로 작곡가 강석희(68)씨가 작곡했다.'보리스를 위한 파티'는 현대인의 위선과 편집증을 부조리극 형식으로 표현한다. 12명의 출연자는 하녀인 요한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이는 안락한 생활에 빠져 저항력이 없어진 현대인을 상징하며, 여주인공인 자선부인은 베른하르트가 생각한 현대인의 전형이다. 자선부인은 선행을 과시하기 위해 요양원에서 먹고 잠만 자던 보리스를 남편으로 사온다. 보리스는 자선부인의 가식적인 모습에 저항하면서 물질에 얽매인 지식인을 상징하는 하녀 요한나에게 의존하게 된다. 결국 자선부인은 자기 과시를 위해 이웃들을 초청해 보리스의 성대한 생일파티를 연다. 보리스는 파티에서 북을 치며 위선에 저항하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연출을 맡은 표교수는 "보리스의 북소리는 현대인의 위급상황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무기력한 등장인물 속에서 보리스는 유일하게 생기를 지닌다. 3막 구성으로 휴식없이 1시간10분 가량 진행되는 극 중 음악은 현악기, 목관악기, 타악기로 구성된 11명의 소규모 악단이 맡는다. 플루트를 담당한 김희숙씨는 "작은 편성이지만 짜임새가 있고 흔히 생각하는 현대음악과는 다르다"며음악적인 특징을 설명했다. 지휘는 피오트르 보르코프스키가 맡는다. 그룹 긱스의 멤버이자 강석희씨의 큰아들인 호정(38)씨가 컴퓨터 음악을 담당해 눈길을 모은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자선부인역에 소프라노 김인혜, 요한나역에 소프라노 이혜정 등 유명 성악가와 노래없이 대사만 있는 보리스역에는 연극배우 남명렬이 특별출연한다. 삶과꿈 싱어즈는 도서출판 '삶과꿈'의 김용원(67) 대표와 부인 신갑순(65)씨가 93년 창단해 실내오페라 '마네킹'을 동양 초연하는 등 실험적인 음악활동을 벌여온 단체. 내년에는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80분짜리 음악극으로 만들어 공연할 예정이다. (02)318―1726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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