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 아들을 둔 주부 김모(47·서울 강남구 일원동)씨는 최근 색다른 '입시설명회'를 경험했다. 수능을 치르고 온 아들의 표정이 밝지 않아 마음을 졸이던 차에 이웃 주민의 권유로 인근 모 건설회사 주택문화관이 주최한 설명회에 다녀 온 것. '건설사가 무슨 입시설명회?'라는 의구심이 앞섰지만 막상 참석해 유명 학원 입시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나니 큰 도움이 됐다. 김씨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찾아 다녀야 할 판에 지척에서 열린 설명회는 의외의 성과였다"며 "주택문화관에서 이런 행사도 하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각 건설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상설 주택문화관(또는 전시관)이 짭짤한 문화·정보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동산과 관련된 일반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열리고 있는 것. 요즘같이 계절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인 겨울철에 주택문화관에 가면 넉넉한 시간여유를 갖고 부동산 정보도 얻고, 무료로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정보 취득, 부동산 상담은 기본
건설사들이 과거 분양목적의 모델하우스에서 탈피, 다목적·다용도의 주택문화관을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이달 1일 SK건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 상설 주택전시관 'SK하우징갤러리'를 개관한 것을 비롯, 지난 5월에는 현대건설이 강남구 대치동에 주택문화관을 열었다. 대우건설은 현재 운영중인 서울역 앞 '대우주택문화관'과 별도로 29일 역삼동에 상설 주택전시관을 추가로 개관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일원동에 주택문화관을 운영 중이고 대림산업, LG건설 역시 신사동에 주택전시관을 두고 있다.
분양을 앞둔 아파트를 홍보하기 위한 예전의 모델하우스와 달리 이들 주택문화관은 고객을 위해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과 상담은 기본. SK건설은 1층에 아파트 및 상가분양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내집마련 방법까지 상담해주는 '고객상담실'을 설치했다. 현대건설도 새로운 인테리어 경향과 방법을 조언해주는 상담코너인 '트렌드갤러리'를 운영중이고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주택문화관에서 리모델링 상담을 해준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주거문화로 발전해 나갈지를 엿볼 수 있는 미래형 주택 공간도 설치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우주택문화관에서는 미래형 주택의 다양한 기능을 구경하고 직접 시연해 볼 수도 있다. 음성작동, 자동이동마루, 산소소독시스템에서부터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캡슐형 주택까지 미래의 주거형태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대림산업 'e-리빙월드'에서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2∼3년 후 변화될 아파트 공간을 제시해 주고 있다. LG 주택전시관, 현대 주택문화관, SK 하우징 갤러리 등도 지문인식시스템, 입체보안시스템 등 첨단설비를 갖춘 주거공간 체험장을 만들어, 고객들은 정보와 흥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무료로 문화행사 즐길 수도
주택문화관이 '한번 놀러 가 볼만한 곳'이 되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생활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홍보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자사 아파트 입주민 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도 문화행사를 개방, 고객들이 무료로 이를 즐길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문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삼성주택문화관. 개관 이래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행사만 해도 인터넷 교실, 주부노래교실, 예술아카데미교실이 있고 삼성의료원과 함께 건강강좌도 월 1회 실시한다. 또 전문가를 초청해 부동산 공개강좌를 하며 입시철이 되면 진학지도를 위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수시로 무료 영화상영, 음악회 등의 이벤트도 벌인다.
대림산업도 신사동 주택문화관에서 어린이 공연극, 뮤직비디오 상영 및 사진전 등 문화행사 서비스를 하고 이벤트홀을 결혼식장으로 무료 대여해 줘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 주택문화관은 '하이페리온'이라는 대형 홀을 만들어 주민모임이나 행사 등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SK건설 역시 주택전시관 2층 130여평의 이벤트 홀을 고객을 위한 행사 공간으로 쓸 방침이다.
삼성주택문화관 고재홍 소장은 "주택문화관이 주민 교류의 장으로 활용돼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는 효과도 많다"며 "앞으로 문화행사 등을 확대하고 유용한 주택 관련 정보 제공도 늘려 주택문화관을 더욱 활성화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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