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通風·Gout)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서양에서는 13세기부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통풍은 '눈물'이라는 라틴어(gutta)에서 유래했다. 마치 인두로 지지는 것처럼 통증이 심해 '악마의 눈물'이 관절로 들어가 생긴 병으로 생각한 것이다. 로마시대에 황제들이 많이 걸려 '황제의 병' 이라고도 불렸다.통풍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질환이었으나 최근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교수는 "국내에 15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요산 축적이 통풍의 원인
세포가 죽으면 퓨린이라는 물질이 요산(尿酸)을 만드는데, 이 요산은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된다. 이 때 혈액 속의 요산이 정상적으로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관절 등에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바로 통풍이다. 통풍은 주로 40∼50대 남성에게 많이 발병하나 간혹 폐경이 된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발병 초기에는 통증이 매우 심하다. 대체로 낮에는 통증이 없지만 밤이 되면 참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엄습한다. 그러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밤낮 가리지 않고 통증이 계속되면서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심하면 관절이 변형되기도 한다. 통증은 대개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에 생기지만 발목, 무릎, 손가락 등에 나타나는 경우다. 이렇게 여러 관절이 동시에 아프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통증은 길게는 2주간 계속되다가 서서히 가라앉지만 절반 가량이 다시 재발한다. 게다가 통풍을 방치하면 요산이 덩어리가 돼 신장결석이나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심하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건강검진 결과에서 요산치가 높게 나오면 통풍을 의심하기 쉽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차훈석 교수는 "체내의 요산치가 남자는 7㎎/㎘, 여자는 6㎎/㎘가 정상이지만 이보다 높다고 해서 모두 통풍은 아니며 이 가운데 20% 정도만 통풍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개 요산은 남자는 사춘기 이후, 여자는 폐경기 이후 증가하며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증가할 수 있다. 요산치가 높은데도 증상이 없는 것을 '무증상 고(高)요산혈증'이라고 하는데, 따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통풍 여부를 알려면 관절의 부은 곳을 찔러 관절액을 빼내 검사해 봐야 한다.
■술과 고깃국 피해야
통풍 치료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퓨린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이 있다. 보통 통증을 완화하는 약물은 콜히친이나 부신피질 호르몬제, 항염제 등이 사용되며, 요산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소변으로 요산을 배출시키는 요산배설제등이 처방된다. 매일 10∼12컵의 물을 마시는 것도 증상완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산 배설이 원활해질 뿐만 아니라 콩팥에 돌이 생기는 신장결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풍의 최대 적은 술. 알코올은 혈액 속 요산의 합성을 늘리고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수곤 교수는 "특히 맥주는 호프에 포함돼 있는 퓨린 때문에 요산치를 더욱 증가시키므로 다른 술보다 더 해롭다"고 말했다. 비만해소와 요산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걷기,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섭취하는 음식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퓨린이 많은 음식(내장, 정어리, 멸치, 고기국물, 베이컨 등)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인천 힘찬병원 정형외과 이수찬 원장은 "통풍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식습관과 연관이 있으므로 과다한 영양섭취나 지나친 몸보신 등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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