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하찮은 물건도 귀중한 역사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합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매송초등학교 이재우(李在雨·50) 교사는 '골동품박사'로 통한다. 25년 전 신참 교사 시절부터 고문서, 도자기, 옛 교과서, 만화포스터 등을 꾸준히 수집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10여년 전 해방직후 발간된 초등학교 셈본교과서를 구입,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줬더니 평소 산수를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쉽게 문제를 풀었어요. 옛날자료도 학습동기 유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교육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2만 여 점이 모이자 박물관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충남 공주교대에 근무하는 동생 준우(俊雨·48)씨에게 이 같은 뜻을 밝혔고, 동생은 폐교로 남아있던 공주시 우성면 내산리 청산초등학교 부지를 임대했다.
3,000여 평 폐교 부지는 잡초만 무성했고 건물 지붕은 비가 샜다. "교사 혼자서 무슨 박물관?"이라는 주위의 비웃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2년 여에 걸쳐 주말과 방학이면 공주로 내려가 동생과 함께 건물을 수리하고 단장했다. 이씨 형제의 노력은 지난 해 11월 '웅진교육박물관' 개장으로 결실을 봤다. 개인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초등교육 전문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는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행된 초등학교 교과서와 학생들의 공책, 청소년 잡지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조선 후기 서당의 규칙, 1950년대 어린이헌장, 시조놀이의 일종인 가투(歌鬪), 풍금은 물론, 조선말의 일간신문인 황성신문 원본도 볼 수 있다.
이씨는 또 일제시대부터 60년대까지 방학책을 중심으로 한 '아! 즐거운 방학이다 전', 공책 속 그림과 낙서를 전시하는 '공책으로 보는 유머전' 등 다양한 테마기획전도 열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말이면 1,000여 명의 학생들이 학부모, 교사 손을 잡고 이곳을 찾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온 수학 여행단의 방문 코스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박물관을 다녀간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주기도 하고 한 독지가는 박물관 운영에 보태 쓰라며 거금을 내밀기도 했다"며 "아이들이 현재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키우는 박물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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