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명. 세계1위, 일본의 8배, 미국의 4배.우리는 몇 달 몇 일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도 인터넷만 잘 활용하면 큰 불편이 없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해결을 위해 제일 먼저 인터넷을 찾을 정도로 이제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은 선거운동 시스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쇄매체에서 라디오로, 라디오에서 TV로 이동한 선거운동의 주요매체 자리에 인터넷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통령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의 홈페이지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화려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통령선거의 후보 예정자들은 그 연령으로 보아 인터넷과 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나 그렇다고 인터넷을 가볍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선거법의 엄격한 규제만 아니라면 네티즌들에게 입맛 당기는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짜로 제공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형 사이트로의 변신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 쌍방향성과 즉시성 등의 효용으로 인하여 대의민주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인터넷에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익명성을 악용하여 선거법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비방과 흑색선전이 사이버 공간에서 횡행하고 있고, PC방을 전전하며 악의적으로 추문을 퍼뜨리는 '메뚜기'라는 신종 '알바'가 그 주범이라는 언론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선거일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지금까지 대선과 관련한 불법 선거운동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야말로 이번 대선은 공명선거의 원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바로 인터넷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에서 사이버 선거범죄에 대응하여 강력한 규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계속 발전·변모하고 있는 인터넷을 규제의 틀로 묶을 경우에 인터넷 발전에 장애를 가져와 인터넷 세계 1위의 자리를 다른 나라에 내주어야 하는 쓰라림을 경험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인터넷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의 문제는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제는 네티즌들간의 자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법은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규제의 대상이 되도록 방관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흑색선전을 일삼는 메뚜기들을 네티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추방해야 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이 국민의 정치적의사를 조직화하는 담론의 장으로서 기능하도록 앞장서는 것은 네티즌들의 몫이다. 사이버 선거문화 세계1위도 요원한 얘기만은 아니다.
안 병 도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공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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