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갑 지음 책이있는마을 발행·2만원우리나라의 5,000년 역사는 여성에게 그리 자랑스럽지도, 빛나지도 않은 세월이었다. 특히 삼종지도니 여필종부니 해서 남존여비 사고방식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는 여성의 지위가 더욱 떨어졌다.
그러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남성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여성이 적지 않다. 서울경제신문 문화레저부장을 지낸 황원갑(57)씨의 '한국사를 바꾼 여인들'은 단군왕검을 낳은 웅녀에서부터 조선말 명성황후까지 역사 속 여성 22명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낙랑공주, 선덕여왕, 신사임당, 황진이, 논개 등 알려진 인물이 많지만 덜 알려진 인물도 등장한다. 신라 미실궁주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미모에 반해 진흥왕(24대) 진지왕(25대) 진평왕(26대) 등 임금 3명과 진흥왕의 태자 동륜, 사다함 세종 설화랑 미생랑 등 화랑들이 그의 치맛자락 속에서 헤맸다. 진지왕이 왕이 되면 황후자리에 앉혀주기로 약속하고 지키지 않자 그를 폐위시키기도 한다.
고구려 우황후도 미실궁주 못지 않다. 9대 고국천왕의 부인인 그는 남편이 자식 없이 죽자 후계자 선정에 뛰어든다. 고국천왕에게는 아우 셋이 있었는데 우황후는 남편이 죽은 그날 밤 첫째 아우 발기, 둘째 아우 연우의 집을 차례로 방문한다. 왕이 죽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발기는 "불길한 말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지만 연우는 말뜻을 알아듣고 궁으로 함께 들어간다. 이 같은 사실을 안 발기가 뒤늦게 궁을 둘러싸고 연우, 우황후의 투항을 요구하고 양측은 내전을 벌이지만 결국 연우가 승리하고 산상왕으로 즉위한다. 우황후는 그의 부인이 된다.
책에 나오는 인물은 왕비, 국모 또는 공주 등 왕실 여인이 많지만 가인과 재녀로 분류될 인물도 섞여 있다. 일화가 풍부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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