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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 수백번 읽었을걸요"/ 만화가 박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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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 수백번 읽었을걸요"/ 만화가 박흥용

입력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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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5동의 집 겸 작업실. 1층 입구에는 750㎤짜리 대형 모터사이클 '혼다 쉐도우 750'이 놓여있고, 3층 작업실 책상 위에는 닳고 닳은 커다란 성경이 펼쳐져 있다.만화가와 모터사이클과 성경. 이 어색한 조합이야말로 국내 대표적 작가주의 계열의 만화가 박흥용(43)씨를 설명해주는 키워드이다. 먼저 최근 단행본 제4권이 나온 '그의 나라'(대원씨아이 발행)는 한마디로 유토피아를 찾는 현대판 모세 이야기. '작가주의 작품은 안 팔린다'는 속설과 달리, 출시되자마자 만화전문서점 한양툰크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랐다.

1996년 한국만화문화대상 수상작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99년 제1회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작 '내 파란 세이버'에서 보여준 친근한 캐릭터, 교과서적인 데생, 탄탄한 이야기 덕분이다. 주인공은 제주도로 수련회를 가다가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무인도에 표류한 중3생 쌍판. 3년 만에 뗏목을 타고 탈출하지만, 육지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미 쑥대밭이 됐다.

"이때부터 성경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한 종교인이 세계대전을 예감하고 3년6개월치 식량을 숨겨놓았다(노아의 방주), 쌍판이 그 식량창고를 찾아 배고픈 무리를 이끈다(모세의 탈출)… 돌 하나로 적을 물리치는 쌍판의 신 들린 물매질 역시 성경(다윗과 골리앗)에 나오는 이야기이죠."

왜 성경일까. "작품 폭을 넓히기 위해 29세 때부터 성경을 읽고 또 읽었어요. 구약 신약을 수백 번 읽으니까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자유롭고 지적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어린이 등에 문신으로 새겨진 식량창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요한게시록'과 '시편' 구절이 결정적 단서가 됩니다."

성경이 '그의 나라'를 이끄는 힘이라면, 구상중인 장편 '서울로 가는 길'(가제)은 모터사이클이다. 25만분의 1 지도를 가로 세로 5㎝ 바둑판 크기로 나눠 전국을 헤집고 다니는 주인공 청년. 길에서 무한한 매력을 발견하는 청년의 이동수단이 바로 모터사이클이다. 작가 역시 취재하러 돌아다닐 때 모터사이클을 애용하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지금까지 제 목록에 올랐던 모터사이클이 무려 11대에요. 가와사키 GPZ 500, 할리 데이비슨 1340, 야마하 FZR 1000 등등. 모터사이클만큼 자유롭고 낭만적인 교통수단이 없거든요. 시골길을 달릴 때 저음의 모터음이 가로수를 휘돌아 귓전을 때릴 때의 쾌감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힘들죠. 그 쾌감을 작품에 담아볼 계획입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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