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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국내 얘기빠진 번역서

입력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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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소개한 ‘딱정벌레의 세계’라는 책은 내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극지방에서부터 열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딱정벌레의 놀라운 적응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딱정벌레가 종수만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공한 생명체라는 사실도 일러줍니다.딱정벌레 전문가 2명이 풀어 쓴 내용은 쉽고도 재미있으며 사진 또한 시원시원해서 보기에 좋습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한눈에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난 기자에게는 한가지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딱정벌레야 우리나라에도 많이 사는데 책에 소개된 것은 외국의 딱정벌레였습니다.

물론 저자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책도 미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원저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내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국내 출판을 맡은 출판사가 하기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무당벌레 반딧불이 풍뎅이 하늘소 사슴벌레 같은 딱정벌레목 개별 곤충에 더 친근감을 느낍니다. 그것들은 바로 우리가 어려서부터 보아온 우리나라의 딱정벌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뒷부분에 무당벌레 등을 별도로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이 책만이 아닙니다. 참 흥미롭고도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이야기가 빠져 허전함을 주는 번역서가 많습니다. 물론 책이 우리나라와는 무관한 내용을 담고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더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인데도 빠져 있을 때는 허탈한 느낌마저 듭니다. 반대로 일부 출판사는 어떻게든 번역서에 국내 상황을 추가하기 위해 원저작 출판사와 줄다리기를 하곤 합니다. 원저작 출판사야 책의 내용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하겠지만 잘만 설득하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게 출판계의 이야기입니다.

‘딱정벌레의 세계’를 낸 까치도 우리나라의 딱정벌레를 어떻게든 담으려 했을 것입니다만 불가피한 이유로 못했을 것으로 기자는 생각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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