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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시위 표적·비만소송 시작…주가·신용 급락/ "美 제국주의" 상징 맥도널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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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시위 표적·비만소송 시작…주가·신용 급락/ "美 제국주의" 상징 맥도널드 흔들린다

입력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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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반세계화 및 반미 시위의 표적인 '햄버거 왕국' 맥도널드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내의 1만 3,000여 개를 포함해 121개 국에 3만여 개의 점포를 거느리고, 하루 이용 고객이 4,600여 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식당 체인인 맥도널드가 매출 급감과 주각 하락, 건강 유해 논란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무너지는 골든 아치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P)는 최근 수십 년 간 'A+' 였던 맥도널드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맥도널드가 11월 초 연간 실적이 예상치(1주당 1.35∼1.41 달러)보다 낮은 1.31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공시한 직후 나온 것이다.

맥도널드의 올 3·4 분기 순익은 전 분기의 5억 4,550만 달러에서 4억 8.760만 달러로 급감하는 등 7분기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 2·4 분기 전세계 점포 매출액은 2.5%나 떨어지는 등 매출도 수분기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3년 동안 맥도널드의 주가는 60%나 곤두박질쳤다. 올해만도 27%가 폭락했다. 미 증권가에서는 맥도널드가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30개 종목 중 올 낙폭이 가장 큰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만 소송에 휘말려

미 경제전문 격주간지인 포천은 최근 맥도널드가 세계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식당에서 가지 않으려 할 식당으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유해 논란 때문이다.

21일 뉴욕 연방법원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맥도널드를 상대로 한 피해보상 집단 소송의 심리가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 8명은 체중 100㎏이 넘는 자신들의 비만과 당뇨병 등 질병이 맥도널드 햄버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맥도널드는 이외에도 4건의 유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조지워싱턴대 존 반즈하프 교수는 "비만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이 매년 30여만 명이고,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17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영양정보 표시를 게을리한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져야 한다. 특히 1위 업체인 맥도널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반미주의의 표적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반세계화 또는 반미 운동의 1차 타깃이 되고 있는 것도 맥도널드의 고민이다. 관련 시위에서는 어김없이 골든 아치와 햄버거 모형이 등장하고, 반미 운동은 곧 맥도널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다. 공격적인 해외 점포 확장 과정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탐욕스러운 세계화의 첨병'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강행하고, 미국이 이에 동조하면서 안티 맥도널드 캠페인이 아랍권 전체를 휩쓸고 있다. 요르단, 이집트 등의 맥도널드 매장에는 '당신이 빅맥을 먹기 위해 지불한 돈이 총탄이 되어 팔레스타인 형제들의 가슴에 꽂힌다'는 전단이 뿌려졌다. 맥도널드는 8일 마침내 중동과 중남미 10개 국의 점포 175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생존의 몸부림

위기를 느낀 맥도널드는 이미지 쇄신과 사업 다각화를 생존전략으로 내걸었다. 최근 발표한 '사회책임 보고서'에서는 환경보호와 장애인 고용 등을 약속했으며, 튀김용 기름을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는 포화 지방산이 적게 든 것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비만 방지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맥도널드에 당신의 입맛을 맞추어라"던 자만도 털어버렸다. 인도에서는 쇠고기를 뺀 햄버거를 시판하고,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남녀 좌석을 구분하는 등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로컬)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 규모도 올 20억 달러에서 내년 19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는 등 군살 빼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잭 그린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구조조정으로 내년 2월까지 총 5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천지는 하지만 "세계인의 입맛 변화, 건강 식품들의 도전, 무리한 공격 경영으로 인한 부작용 등 악재가 첩첩"이라며 "문닫는 맥도널드 점포에 설치된 철제 골든 아치가 앞으로 또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잡곡빵, 유기농 햄 등을 사용해 건강 마케팅을 앞세운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가 최근 맥도널드가 가진 최다 점포의 위치를 빼앗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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