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단일화노무현 후보= 이제 TV토론도 한번 밖에 못하고 여론조사를 하니 걱정스럽다. 왜 국민경선을 안받았는가.
정몽준 후보= 국민경선은 성공한 실험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노 후보와 같은 당에 있는 분이 문제점이 많다고 많은 사람을 동원했다고 했다.
노= 경선 동원을 진짜로 믿는가. 너무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합의한 것을 다시 재합의하자고 했는데 상거래상 한번 약속은 지키는 것이 도리다.
정= 내가 사퇴하면 많은 표가 이회창 후보로 간다. 노 후보가 사퇴하면 노 후보 표가 내게 많이 온다. 나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가 승리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노= 단일후보는 의혹이 없어 이 후보로부터 공격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정 후보는 이익치씨까지 와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는 그런 걱정이 없다. 최근에도 정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문건이 한 주간지에 폭로됐다.
정= 앞으로 한나라당 폭로가 주간지에 나오면 나에게 전화해달라. 단일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에게 승리하는 게 목적이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겠다. 이 후보는 우선 연세가 너무 많다. 둘째,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다. 셋째, 그는 지역감정에 의존하고 있다. 다음, 정치는 국민화합을 시켜야하는데 이 후보는 분노와 보복의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또 독선이 심하다. 대통령이 되면 행정부와 국회 지방의회를 전부 장악해 뭘 좀 보여주겠다는 것이 얼굴에 보인다.
노=IMF를 가져온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선 안 된다. 그러나 내가 먼저 하고 정 후보는 나중에 하면 좋지 않겠나.
● 정치
정= 1월 DJ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겠다고 했다가 6월에는 재산만 상속하겠다고 했다. 또 필요하다면 DJ를 밟고 넘어 가겠다고 했다가 11월에는 탈 DJ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YS에게도 마찬가지다.
노= 부처님 설법도 사람마다 다르게 한다. 원칙이 오락가락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YS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정= 특정인에 대해 그렇게 하면 보통 사람들은 헷갈린다.
노= 친인척 비리, 정경유착이 심각한 문제다.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친인척 관리가 어려울 것이다. 도장 하나로 친인척에 수 백억, 수 천억원의 이익을 줄 수 있다. 정 후보 관련 회사에서 비자금·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다.
정= 대통령 되면 재벌이 청와대에 돈을 갖고 오지 않을 후보가 바로 나다. 주가조작 언급은 유감이다. 이회창 후보가 이익치라는 불쌍한 사람을 불렀다. 한나라당 공작이다. 이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후보를 사퇴하겠다. 근로자 파업 현장에 가서 교수, 국회의원들은 물에 빠져 죽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노= 노동자의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다. 그 자리에서는 적절한 얘기였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한 얘기를 국정의 장에 들고 와서 비판해서야 되겠는가.
정= 내 유권자도 근로자다. 나도 그들을 격려하지만 국회의원은 물에 빠져 죽어도 좋다는 식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 경제
노= 법인세 인하를 찬성하나.
정= 인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홍콩은 16% 단일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청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할 수 있고, 기업도 관청에 로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노= 우리의 법인세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낮다고 보는가.
정= 명목세율이 높은 나라들은 공제제도가 발달해 실질세율은 낮다는 결과도 있다.
노= 한나라당이 법인세 인하를 내세웠는데 계산하면 1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더욱이 기업의 87%는 3,000억원 정도만 혜택을 본다.
정= 노 후보의 말도 일리는 있다. 현재 법인세가 2단계로 돼 있는데 그 중간에 하나를 만들든지 해야 할 것 같다.
정= 노 후보는 경제성장률을 연간 7%를 상정했고, 저와 이회창 후보는 6%를 말했다. 꼭 7%인 이유는.
노=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5.2%이다. 잠재성장률이 과거에는 높았다가 낮아진 것은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현재 여성 48%만 일하고 있는데 이를 50%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잠재성장률이 올라간다.
정= 전문가들은 6%가 적정하다고 한다. 노 후보는 충청도로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했는데 국민합의가 없지 않은가.
노= 행정수도 이전은 오랫동안 생각했고 꼭 필요하고 가능한 것이다. 충청도는 국토의 중앙이다. 수도권 과밀화를 줄여야 한다.
노= 정 후보는 법인세에 대해 전경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하는 분이어서 너무 대기업만 도와주려는 것 아닌가. 상속·증여세의 완전 포괄주의도 반대하고 있지않나.
정= 전경련이 찬성한 줄 몰랐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하는 분들도 법인세율을 낮춰달라고 말한다. 무한정 정부에 권한을 주면 조세법률주의에도 어긋나고, 국민이 불안해 할 수 있다. 완전포괄주의보다는 유형별 포괄주의가 옳다고 본다.
노= 정 후보는 상속을 많이 받았다. 상속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데.
정= 지난해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속세는 잘 냈다.
정= 행정수도 이전은 브라질 호주의 경우를 봐도 70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앞으로 통일이 될 수도 있는데 꼭 대전이 좋은지, 재원은 어떻게 확보하나.
노= 브라질리아를 건설할 때는 밀림 속으로 들어가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충청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600만평을 닦아 그 위에 지으면 된다. 정부청사 18만평은 평당 700만원, 1조3,000억원이면 족하다.
● 통일·외교·안보
정= 관훈토론회에서 건국 당시 남과 북 모두 분열세력이라고 했는데. 남한이 합법정부가 아니라는 것인가.
노= 분열정권이라는 평가는 정부의 합법성과는 다른 문제다. 민족적 관점에서 보면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도 분열정권이다.
정= 노 후보의 역사관 정치관이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는 남북한을 똑같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전쟁도 통일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노= 냉전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 국내를 좌우로 구분해놓고 그렇게 묻는다. 남한은 유엔이 승인하고 자유선거 거쳐 설립된 정통성을 가진 정부다. 민족적 관점에서 분열정부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북 핵 문제가 터지면서 북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쟁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 핵은 군사무기가 아니고 정치무기다. 북한이 빨리 상황 파악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현금 지원은 중단해야 하지만 비현금 지원은 계속 해야 한다. 중유 지원도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 정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을 지원하면 '집안' 사업 도와주는 꼴이 되는데.
정= 이 사업은 제대로 되려면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결코 특정 회사 사업이 될 수 없다. 노 후보는 대통령이 돼도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좋든 싫든 미국은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를 주도하고 있다. 좀 더 신중하게 말하는 게 어떨지.
노= 대통령이 돼 갈 필요가 생기면 가면 된다. 다만 미국에 굽실굽실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한국 지도자들이 지켜야 할 자세를 못 지켜 국민 감정이 많이 상해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에 사진 찍으러 간 사람도 있고, 미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발언으로 미국과 친하다는 것 과시한 분이 많다. 그래서 섭섭한 마음에 얘기했다. 정 후보는 4억달러 북한 지원 의혹을 철저히 밝힐 의향이 있는가. 현대는 공적자금 지원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정=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정조사하면 되는데 왜 말로만 하는가. 노 후보가 자꾸 집안일이라고 하는데 현대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현대에 공적자금이 많이 들어갔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사회·문화
노= 고교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데 부작용이 큰 것 아닌가.
정= 평준화의 문제점은 노 후보도 인정할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 육성과 공교육 내실화로 문제 해결해야 한다.
노= 평준화는 폐지하고 자립형 사립고는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정= 자립형 사립고가 많이 설립되면 평준화 문제는 해결된다.
노= 고교 평준화를 폐지하면 중학교까지 과외 열풍 불어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부자 아버지 둔 사람만 일류대학 가고 고등고시도 부자 아니면 할 수 없는 시대가 된다. 자립형 사립고를 허용하면 일류고 인맥이 살아나 학벌사회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런 부작용에 어떻게 대비하나.
정= 학벌 세습 위험성은 있다. 하지만 평준화해도 위험성은 있다. 민주당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도 실패했다. 노 후보는 복지 문제에서 유럽식 사회주의를 원용하겠다고 했는데 실패한 총액 예산제, 또는 가난한 사람이 값싼 약을 먹게 되는 참조가격제를 뜻하나.
노= 유럽식 제도일 뿐 사회주의는 아니다. 총액예산제는 지방자치 관련한 공약에 쓴 것으로 포괄 수가제를 잘못 말한 것 같다. 참조가격제는 약 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너무 비싼 약을 처방하지 못하게 참조가격을 두는 좋은 제도다.
정= 총액예산제는 의료비 청구에 관한 것으로 포괄수가제와 다른 제도다.
노= 정 후보는 한국이 아이들 데리고 직장 보육을 할 수 있는 여건에 있다고 보는가. 교통사정이 너무 나쁘다.
정= 300인 이상 직장은 보육시설을 두어야 하는데 기업주가 이런 법을 잘 모른다. 데리고 다니기 어렵지 않다. 노사모는 선관위의 규제에 반발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노= 노사모는 2000년 총선 낙선 후 나를 살려 내려고 만들어진 조직이다. 내게 돈 한 푼 달라고 하지 않는 자발적 조직이다.
노= 교육부 폐지를 주장하는데 그러면 국가 인적자원 기획은 어떻게 하나.
정= 교육부는 평가와 정보 제공 기능만 갖고 나머지는 지자체와 학교에 주자는 뜻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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