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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TV토론 이모저모/ "당신은 안돼" 자질 시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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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TV토론 이모저모/ "당신은 안돼" 자질 시비도

입력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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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가까이 TV 방송 3사에 의해 생중계된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 후보가 벌인 설전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두 후보는 모두 연설에서부터 자신이 단일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서로에 대한 공세의 수위가 자주 도를 넘어서 당초 약속했던 정책 중심의 토론이 이뤄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토론회가 상대방이 단일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들춰내는 자질 시비 경연장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이날의 토론회는 사상 초유의 정치적 실험을 지켜 본다는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두 후보가 TV토론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한 것 자체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TV토론이 2시간 내내 외부 패널 없이 두 후보의 직접적 상호 질의·응답 형식으로 시종일관한 것도 대선후보 TV토론 사상 최초의 일이다. 두 후보가 상대방에 대해 직접 공격하고 방어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토론회 열기는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많은 유권자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점수를 매겨 갔다.

■연쇄 충돌

5개분야로 나눠 진행된 토론에서 노 후보가 정 후보에게 "국민경선을 제의했을 때 왜 수용하지 않았느냐"며 선제 공격을 가한 이후 특히 단일화 및 정치 분야에서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졌다.

후보 단일화 협상 타결 과정에서의 '주도권 다툼'도 토론 초반의 주된 논쟁 거리였다. 노 후보는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수용했는데도 재협상 요구로 신뢰를 흔들리게 했다"고 정 후보를 공격했고 정 후보는 "대의원을 배제하고 일반국민 대상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한 것은 바로 나"라며 자신의 결단을 부각시켰다.

토론회가 진행될수록 노 후보는 정 후보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현대상선의 4억 달러 대북 비밀지원 의혹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주로 정 후보와 현대의 연결 지점에서 공격 포인트를 찾아 나갔다. 이에 비해 정 후보는 노 후보의 DJ―YS에 대한 태도, 노동자에 대한 인식, 미국관 등을 지적하며 노 후보의 과격성, 말 바꾸기 등을 부각시키는 쪽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정 후보는 현대와 관련된 노 후보의 공격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어지자 "주간지에 나오는 수준의 의혹을 자꾸 부풀리지 말라""(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이익치씨는 불쌍한 사람"이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후보는 정 후보가 "3당 합당을 한 YS를 비난하다가 대선 후보가 된 뒤 YS가 준 시계를 아직도 차고 있다고 말했다"며 자신의 말 바꾸기를 걸고 넘어지자 "부처도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설법한다"며 빠져 나갔다. 정 후보는 이때 노 후보에게 "스스로 부처 반열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어 방청석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치열한 신경전

두 후보는 실질적인 토론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질의·응답 시간 조정 등 토론의 주도권, 상대방에 대한 조크 등 신경전에 있어서도 점입가경의 공방을 펼쳤다. 질의·응답 시간을 초과하는 일도 다반사였는데 특히 정 후보는 시간 종료를 알리는 차임 벨에도 아랑곳하지 않아 노 후보로부터 "내 시간을 뺐지 마라" "내 답변을 마치게 해 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두 후보의 신경전은 누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는가를 얘기할 때 절정에 달했다. 정 후보는 "노 후보가 사퇴하면 그 표가 내게로 오지만 내가 사퇴하면 내 표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간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자 노 후보는 "월드컵 분위기로 지지가 높다고 경쟁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검증 대상이 될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정 후보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한 논란이 길어지자 다소 부담스러운 듯 "한나라당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함께 얘기해 보자"며 주제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정 후보가 "평소 말을 좀 다듬어서 했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발언의 과격성을 지적하자 "이 자리에서 남의 말투를 지적하는 것이 예의 바른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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