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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 "나는 그녀를…"/ 사랑이냐… 가족이냐…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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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 "나는 그녀를…"/ 사랑이냐… 가족이냐… 당신이라면?

입력
2002.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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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전화를 잘못 건 사람이 "미안합니다, 내가 실수를 했군요"라고 말하면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안나 가발다(32·사진)의 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문학세계사 발행)는 그런 인생 얘기다.안나 가발다는 첫 소설집 '누가 어디에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1999)가 70만부 이상 팔리면서 프랑스 문단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작가다. 가발다가 올 봄 펴낸 장편 '나는…'은 반년 새 23만부라는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며, 22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 이 소설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 남자 얘기다. "남자들 중의 95%가 그런 상황에 놓인 적이 있을 것"이라는 르 피가로의 서평처럼, 어쩌면 새로울 것이 없어보인다. 르 피가로는 곧바로 덧붙인다. "따라서 95%의 여자들이 이 책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클로에는 연인이 생겼다면서 두 아이를 버리고 떠난 남편 때문에 고통스럽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클로에에게 시아버지 피에르가 옛날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엄격하고 냉정한듯 보였던 시아버지도 아내 아닌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다. 5년 7개월이 지나서야 헤어졌는데, "나 임신했어요"라는 애인의 말에 "누구 앤데?"라고 물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안락한 일상을 떠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자랑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이 사랑과 가족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가 하는 질문으로 맺어진다는 것이다. 한 남자는 뜨거운 사랑의 기쁨을 택하지 않아 후회한다고 한다. 한 여자는 사랑을 택한 남편 때문에 죽을 것처럼 괴롭다고 한다. "딸아이는 좀더 행복한 아빠와 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라는 남자의 마지막 말은 작가가 사랑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낭만적인 듯 보이는 글쓰기 아래에는 "사람들이 너무 우울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꿀을 주어야 한다"는 전략이 있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택하지 않았다는 후회는 달콤한 도취일지도 모른다. 놀랍도록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는 두 아이의 어머니로, 첫 작품집이 출간되었을 때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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