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책의 잔치가 다시 열린다. 해마다 이맘때면 돌아오는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은 땀과 노력을 쏟아 좋은 책을 만든 출판인과 저자를 선정, 격려하는 국내유일의 출판문화상이다. 1960년 시작한 이래 한번도 거르지 않고 43회를 맞았다. 좋은 책이 한권씩 쌓여 전반적인 문화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 상은 문화계 전체의 잔치이기도 하다. 올해는 30일까지 응모 도서를 접수, 12월 중순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한국출판문화의 역사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의 역사가 곧 한국 출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출판한 주요 도서 대부분이 출품됐기 때문이다. 이 상은 당초 한국출판문화상으로 출발했으나 1997년(38회) 이름을 바꿨다. 1회 출품 도서는 121종(20개 출판사)이었으나 이후 참가 출판사와 도서종수가 해마다 증가, 지난해에는 210개 출판사가 1,048종을 출품했다.
'고어사전' '속담사전' '색명대사전' '아동문학전집' 등 사전, 전집류가 초기 저작상을 수상한 것은 취약했던 학문의 기초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상의 취지를 잘 드러낸다. 1970년대에는 인문서, 80년대에는 사회과학서 그리고 사회적 관심사가 다양해진 90년대 이후에는 어린이책과 환경, 예술서의 응모가 두드러졌다.
저작상의 수상은 학문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김원룡의 '한국미술사' 김윤식의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 등이 그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학술진흥재단 등의 학술도서 출판 지원이 늘어나면서 일반 출판사의 학술도서 비중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 대신 내용은 전문적이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한 교양도서가 늘고 있다.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은 이같은 흐름을 반영, 출품도서의 분야와 형식보다는 내용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수상작을 선정, 명실상부한 출판계 전체의 잔치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43회 백상출판문화상 출품 도서 가운데도 그런 류의 책이 적지 않다.
■수상 출판사와 저자
저작상을 가장 많이 받은 출판사는 일조각이다. 63년 '시학평전'부터 90년 '갑오경장연구'까지 16회나 받았다. 69년 10회에는 '한국개화사연구' '정신과학' 두 권이 동시에 저작상을 수상했다. 90년대 이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민음사와 지식산업사는 각각 7회로 공동 2위. 특히 민음사는 5회 연속(32∼36) 수상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90년대 말 이후 저작상을 받은 개마고원(법은 무죄인가) 돌베개(한국의 생태사상) 사계절(고구려 고분벽화연구) 등은 사회과학책을 주로 낸 '젊은' 출판사였다.
99년 제40회 저작상 수상작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 기획팀)에게 상이 돌아갔다. 지난해 '기호학의 즐거움'으로 시사교양분야 저작상을 받은 김경용 미국 마운트버논나자렌대 교수는 41세라는 늦은 나이에 도미,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운 끝에 상을 받아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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