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토론 스타일은 각각 평소의 이미지와 크게 달랐다. 평소 '튄다'는 평을 들었던 노 후보는 비교적 차분하게 토론에 임하면서 안정적 이미지를 주려고 애썼다.반면 '우유부단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정 후보는 적극적이고 공격적 질문을 퍼부었고 모호한 화법을 줄였다. 정 후보는 토론 초반에 노 후보로부터 비판적 질문을 받았을 때는 다소 흥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 분야 정책토론에서도 줄곧 상대방 흠집내기에 나섰으나 접근방식은 달랐다.
정 후보는 노 후보에게 "전에 비해 온화하고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노 후보는 정 후보에게 "시원시원하고 마음이 편한 분 같다"고 평했다. 질문답변 시 정 후보가 노 후보보다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 후보는 "노 후보가 금년 1월에는 DJ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겠다고 말했다가 6월에는 DJ 부채는 빼고 자산만 승계하겠다고 말하는 등 말을 바꿨다"고 배경을 따져 물었다. 노 후보는 이에 대해 흥분하지 않고 "부처도 만나는 사람마다 다른 말을 했다. 원칙적 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받아넘겼다.
노 후보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의혹, 현대의 대북 4억 달러 지원설 등을 거론하며 "정 후보는 이런저런 의혹에 대한 검증을 걸러낼 수 있느냐"며 줄곧 정 후보를 공격했으나 발언 태도는 차분했다.
두 사람은 경제, 통일·외교·안보 등 정책 분야에서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느라 본격적인 정책대결을 벌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법인세 인하, 내년도 적정 경제성장률, 행정수도 이전 문제, 북한 핵 문제 등에서 큰 실수 없이 토론을 벌였다는 평을 들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잘 했느냐에 대해서도 "두 사람 모두 평소와 다른 스타일로 임해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많았다.
토론에 앞서 노 후보는 측근들로부터 "안정적 이미지를 보여주라'는 주문을 받은 반면 정 후보는 "강한 이미지를 보여달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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