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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국내 없는 물건 구입 해외브랜드 e쇼핑족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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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국내 없는 물건 구입 해외브랜드 e쇼핑족 는다

입력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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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유명 명품 브랜드에 집착했어요. 그런데 너도나도 구입하는 똑같은 브랜드는 싫더라구요. 요즘은 국내에 없는 브랜드의 제품만 골라서 사요." 대기업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이주현(25)씨의 화장품 가방에는 매니큐어처럼 생긴 립스틱, 연고처럼 생긴 파운데이션 등 낯선 제품이 가득하다. 50만원대의 '마크 제이콥스' 청재킷과 세일할 때 7만원에 구입한 '제이크루' 흰색 울스커트로 차려 입은 그녀의 손목에선 '테크노마린' 시계가 빛난다. 모두 백화점에서 찾기 힘든 제품들이다.

화장품과 옷을 중심으로 국내에 없는 브랜드 제품에 열광하는 '해외브랜드 쇼핑족'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인터넷과 신용카드로 무장한 이들은 면세점이나 동네 수입가게에서 소규모로 유통되던 외제의 개념을 뒤바꿀 정도다.

인터넷 해외쇼핑 대행·배송를 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위즈위드(www.wizwid.com)'의 경우 회원수 56만명에 올해 배송 및 구매대행만으로 벌어들인 액수가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위즈위드의 지난해 수익은 15억원으로 1년 만에 6배 이상 급성장했다.

해외 미유통 브랜드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기존의 명품 마니아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위즈위드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에 월소득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싱글로, 패션과 레저에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선두층"이라고 분석한다. 온라인 세대의 새로운 구매패턴을 창조하는 이들은 브랜드 이름 하나에 열광하는 명품족과 달리 제품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는 실속파다. 하지만 e쇼핑으로 해외에 지출하는 액수가 만만치 않아 명품 열풍에 이어 외화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광고도 하지 않는 이러한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는 비결은 '입소문'이다. 요즘은 '카메론 디아즈가 쓰는 마스카라', '리브 타일러가 쓰는 블러셔'처럼 입소문의 주인공이 할리우드 스타인 경우도 많다. 해외에 직접 주문을 해 물건을 받는다는 새로운 구매패턴이나, 포장이 허술한 국내제품과는 달리 꼼꼼하게 포장된 물건을 대할 때의 만족감도 해외쇼핑을 부추기는 요인들이다.

해외쇼핑을 대행해주는 인터넷쇼핑몰이나 동호회는 소비자가 직접 미국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주면서, 해외쇼핑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요즘 유행하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주문을 받아 해외구매·배송을 대행한다. 택배 비용이나 세금, 수수료 등이 많아 물건 값은 비싸기 마련. 인터넷 쇼핑족에게 요즘 인기인 베네핏사의 립스틱 베네틴트의 경우 현지 가격은 26달러이지만 위즈위드 구매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6만5,1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작은 규모의 쇼핑몰도 많다. 그라피티샵(www.graffitishop.net·사진) 로즈팝(www.rosepop.com) 등은 대형 사이트에 비해 수수료가 싸고 운영자 본인이 해외 브랜드 마니아인 경우가 많아 제품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하고 정확하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한국으로 배달해주는 곳도 있다. 홍콩 사이트로 화장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딸기넷(www.strawberrynet.com)'과 '사사닷컴(www.sasa.com)'은 한국어 서비스를 병행해 영어를 잘 몰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미유통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에서도 공동구매가 종종 이루어진다. 회원 중 한 명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주문을 받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오는 형식이다. 친구 부탁으로 물건을 사다 주는 셈이므로 관세나 택배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라피티샵 운영자 한민아(29)씨는 "예전에는항공기 여승무원 같이 해외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브랜드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젊은 네티즌들이 소비자와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겸한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얻게 된 브랜드가 국내에 직접 진출한 경우도 있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스틸라'나 '블룸' 등의 화장품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 인터넷 해외 쇼핑몰을 통해 국내 여성들에게 확산되면서 결국 국내에 매장까지 차리게 됐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영화배우 전지현의 입술을 빨갛게 물들인 제품은 미국 베네핏사의 '베네틴트'. 이 회사는 국내에 변변한 매장 하나 갖고 있지 않지만 지난 해 영화 개봉 이후 인기를 모은 이 제품덕에 '하이빔' '닥터필굿' 등 이 회사의 다른 제품까지 마니아들을 유혹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용한다는 색조화장 전문 브랜드 나스, 카르고, 로라머시에도 인기 있는 브랜드다. 미국 의류 브랜드인 델리아스, 아메리칸 이글, 아베크롬베, XOXO등도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일본 제품은 100년 넘은 전통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일본기생이 썼다는 뻐꾸기 배설물 세안제, 다용도 모발용품인 동백기름 등이 대표적이다. 잔주름을 없애준다는 '콜라겐 마스크'나 코세, 가네보, 소피나 등 유명 브랜드도 찾는 사람이 많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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