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는 16세기 중엽 미국 서부 평원지대에서 처음 소가 대량 사육되면서 생겨난 직업이다. 많은 소를 돌보고 관리하려면 말 타기와 올가미 던지기 같은 기술은 기본이고, 등짝에 소유자 낙인을 찍는 일 같은 험한 일을 하려면 완력도 뛰어나야 한다. 소를 훔치거나 목장을 통째로 빼앗으려는 무뢰한들에 대항해 귀신 같은 사격솜씨와 담력을 보여준 서부영화들의 영향으로, 카우보이는 '멋진 사나이'의 대명사 같지만, 실제로는 거칠고 무례한 남자들이다.■ 카우보이 본고장인 텍사스가 정치적기반이며 지금도 그곳에 목장을 갖고 있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카우보이식 어법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을 '죽여서든 살려서든' 잡아만 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신은 신문사설을 읽지 않으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하는 말을 소음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는 이유를 말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할 때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 워싱턴 포스트지 밥 우드워드 부국장과의 인터뷰는 텍사스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있었다. 카우보이 후예임을 자랑하듯, 청바지에 짧은 소매 셔츠, 목이 긴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4시간 동안 질문에 답하면서 그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불 같다, 성급하다, 배짱이 있다고 표현, 터프가이의 면모를 과시했다. 오죽 불안했으면 부인 로라 여사가 끼어들어 "제발 카우보이 식의 거친 표현을 삼가라"고 충고했을까. 힘이 있으니 주저할 게 무어냐는 태도가 불안했을까.
■ 여중생 둘을 치어 죽인 미군 궤도차량 관제병에게 무죄선고를 내린 미8군 군사법정 판결을 보고 불현듯 부시의 말이 떠올랐다. 동료 미군들로만 배심원단을 구성해 무죄평결을 내리고도, 여론에 귀를 막는 것이 '민권 공화국'의 재판인가. 그렇다면 군 검찰의 기소니, 재판 공개니 하는 요식행위를 갖출 필요가 무언가. 힘이 있으니 미국이 하는 일에는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그러고도 미8군 사령관은 "한국정부가 재판에 반발하는 과격시위를 묵인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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