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측의 후보단일화 협상팀은 20일 저녁 7시부터 21일 오후 10시10분까지 무려 27시간여 동안 마라톤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양측은 이날 협상 결렬에 대비하는 듯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신경전을 벌였다.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21일 밤 "통합21 협상단이 먼저 자리를 떴지만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통합21측의 책임을 거론했다. 반면 통합21 민창기(閔昌基) 단일화추진단장은 "오후 8시쯤 합의문까지 작성했는데 민주당측에서 1시간 동안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심각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회담 중단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정광철 (鄭光哲) 수석공보특보가 전했다. 정 특보는 이어 "민주당측은 재차 5분간 회담장을 비웠다가 다시 만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본부장은 통합21의 역선택 방지 장치 신설 주장에 대해 "저쪽의 주장이 아주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단일화 진통을 반영하듯 협상단의 합의문 발표 예정 시간은 4차례 이상 연기됐다. 협상단은 당초 양당 대변인실을 통해 "21일 오전 9시 협상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는 협상 내용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문 발표 예정시간은 오전 9시―10시―10시30분―11시―오후로 무기 연기 등 계속 늦어졌다. 이러자 일부에서는 "단일화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협상단은 회담장소를 옮기며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처음에는 그랜드 힐튼(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밤을 꼬박 새며 협상했다. 이날 오전 당초의 합의문 발표 예정 시간을 앞두고 회담장소가 언론에 알려지자 협상단은 회담장소를 급히 옮겼다.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국민통합21 민창기 홍보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협상팀은 TV토론과 여론조사 시점 등에는 초반에 합의를 이뤘다. 협상단은 21일 아침 대부분의 쟁점에서 타결을 보고 한나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막는 안전장치 신설 등 막판 쟁점에 대해 후보와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후보 재가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가 역선택 방지 장치 보완을 강력히 주문해 양측은 이날 밤까지 다시 절충을 벌였다. 협상 과정에서 통합21 김민석(金民錫) 총본부장이 역선택 방지장치 강화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젊은 층이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휴대폰 조사도 병행하자"고 주장했으나 통합21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협상단은 통합21의 안전장치 신설 주장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민주당은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갖고 수용 유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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