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롭고 칙칙해지기 쉬운 겨울 옷차림, 좀 더 멋스럽고 재미있게 바꿔볼 수는 없을까.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디자이너들은 겨울나기 패션공식 제 1호로 단연 레이어드룩(Layered look)을 꼽는다. '층이 지게 겹쳐입는 모양'을 뜻하는 레이어드는 굳이 값비싼 최신 유행상품을 사재기하지 않고도 갖고있는 옷들을 자유롭게 조합해 입음으로써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내는 것. 레이어드룩의 최고수를 자처하는 세 명의 디자이너 루비나, 이정우, 홍승완씨로부터 겨울을 멋스럽게 나는 이색 레이어드 방법을 들어본다.■홍승완
겨울엔 모직바지에 스웨터를 입고 겉에 코트를 두르는 식으로 옷차림이 정형화하는데 이런 스타일은 나이 들어보이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저는 이미지를 젊고 캐주얼하게 만드는 레이어드를 권하고 싶어요. 모직바지나 코듀로이(골덴)바지 위에 A라인의 치마를 덧입고 그 위에 짧은 점퍼나 코트를 걸치는 식이지요. 바지는 통이 넓고 발목을 드러내는 8부 정도의 길이가 전체적으로 풍성하면서 귀여운 느낌을 살려줍니다.
■루비나
나이 든 사람들에겐 좀 원만한 레이어드룩이 나을 것 같아요. 제가 주로 하는 방법은 면 티셔츠 두 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안에는 라운드 네크라인의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목선이 V자 형태인 티셔츠를 덧입어요.
단, 두 티셔츠의 색상을 코발트블루와 검정, 혹은 핑크와 검정 등으로 강렬하게 대비시킵니다. 그 위에 재킷을 걸치면 훌륭한 겨울철 레이어드룩이 되지요. 면 티셔츠 겹쳐입기는 따뜻할 뿐 아니라 저처럼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아요.
■이정우
저는 믹스앤매치(Mix & Match)를 선호해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최고급 수제품과 싸구려 시장제품 등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해 그것들이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톡특한 감각을 즐기는 거지요. 요즘 제가 선호하는 것은 소재의 믹스앤매치인데 청바지나 모직바지에 재킷을 입고 안에는 비즈를 달아 반짝반짝 빛나는 시폰소재블라우스나 조끼를 곁들여요. 두껍고 투박한 소재와 얇고 섹시한 소재가 어울려 내는 멋스러움이 그만입니다.
■홍승완
이질적인 소재를 조합시키는 것은 사실 상당한 감각파들이 하는 것이라 일반인들에겐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레이어드 초보자라면 같은 계통의 소재나 색상을 선택해서 통일감을 주는 게 무난하다고 봐요. 포인트를 주려면 양말이나 핸드백 등 최소한의 부분 딱 한가지에만 선명한 색상을 쓰는 게 제 구실을 합니다.
■이정우
옷에 대한 고정관념, 특히 겨울옷과 여름옷이라는 식으로 이등분하는 틀을 깨지않으면 레이어드룩을 제대로 연출할 수 없어요. 요즘은 소재의 계절파괴가 트렌드이지 않습니까. 저는 옷을 수납할 때 계절 대신 색상과 소재별로 합니다. 여름에 입었던 섹시한 탱크탑을 겨울철에도 재킷안에 받쳐입는 과감성이 필요하거든요.
■루비나
나이 든 사람들은 레이어드를 해도 정제된 스타일을 권하고 싶어요. 목폴라 니트위에 셔츠를 꺼내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치는 경우 특히 재킷밑으로 셔츠가 나오면 지나치게 캐주얼하고 지저분해보이거든요. 셔츠 길이를 재킷에 맞추는 정도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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